경비행기 우리힘으로 만든다| 과기원 항공학과서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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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의 손으로 만든 국산경비행기가 5월이면 하늘을 날 것 같다. 외국에서 스포츠용·업무용 등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경비행기는 또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지는데 따라 수요가 증가한다. 국산 경비행기를 만들고 있는 곳은 한국과학기술원 항공공학과.
이들 「경비행기 제작팀(책임자 장극박사)」은 지난해 6월부터 연구부 북쪽의 허름한 창고를 빌어 3인승 경비행기 1대, 초경량비행기 2대, 자이로콥터 1대 등 4대의 비행기 제작을 시작, 오는 5월이면 3대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는 총 10명으로 과학기술원의 박사 5명과 비행기에 정통한 5명의 위촉연구원이다.
이번 경비행기제작 시도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장극박사(항공공학과). 장박사는 평소 우리도 수준 높은 항공기산업을 시작하려면 경비행기의 완전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장박사의 연구주제는 82년초에 통일 산업과 2년간 3억원의 연구비지원을 한다는 계약이 이루어져 빛을 보게 됐다. 공동연구책임자는 장박사와 정명균박사(기계공학과).
계약은 체결됐으나 문제는 비행기제작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기간중에 일을 끝내려면 교수와 학생만으로는 불가능해 군과 학교에서 비행기에 관련했던 5명의 경험자를 위촉연구원으로 삼았다.
제작하는 비행기는 캐나다 제니어사의 CH300형 3인승 경비행기와 미벤센사의 오토자이로콥터, 맥새어 스포츠사의 초경량 비행기다. 경비행기는 이미 한쪽 날개는 완성하고 동체와 나머지 날개를 꾸미고 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 고유모델의 경비행기를 설계·제작, 국제무대에 내놓는 것.
연구팀은 외국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번만 제작해 보면 충분히 우리 손으로 경비행기 설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비행기에 들어가는 자재는 아직 국산화가 덜 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은 비행기자재를 모두 깎고 다듬어 하나하나 조립해나가고 있다.
제작중인 경비행기는 최대속력이 시속 2백56km로 항속거리는 8백50km에 달한다. 출력은 최대 1백60마력으로 총중량이 8백32kg이다.
이 비행기의 용도는 업무용·구급용·스포츠용 등으로 대당가격은 3만달러 정도.
기술지도를 맡고 있는 홍창선교수(항공공학과)는 『제트전투기도 조립하는데 경비행기가 대단한 것이겠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힘으로 전부 제작해봄으로써 기자재문제나 우리가 갖고있는 약점과 강점이 모두 드러나 조립에서 생산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며 제작을 통한 기술축적을 강조했다.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 5명은 모두 평소에 비행기제작을 꿈꾸던 사람들이다.
가장 연장자인 이원복씨(56)는 30여년의 경력을 가진 항공기계의 베테랑이다.
『기술과 노동집약적인 항공산업은 우리에게 아주 알맞은 산업입니다. 비록 작은 비행기지만 각종 계기와 엔진은 고도의 정밀성을 필요로 하지요. 이렇게 제작하는 가운데 부품의 국산화가 가능한 것입니다.』이씨의 말이다.
또 박승씨(40)는 혼자서 호버크래프트(공기쿠션을 이용하는 배와 비행기의 중간정도 운송수단)를 만들어 실험할 정도로 비행기제작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씨는 『늦었지만 이렇게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만족스럽다』며 볼트를 죈다.
연구팀은 경비행기 제작이 끝나면 바로 초경량비행기와 자이로콥터를 만들 예정이다.
초경량 비행기는 자체 무게가 81kg으로 프러펠러가 뒤에 달려 있다. 순항속도는 시속48km에 불과하다. 가격은 6천달러정도로 국산승용차 가격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 비행기의 날개는 질긴 헝겊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 초경량 비행기는 스포츠용으로 많이 팔린다. 비행기의 길이는 6m며 높이는 약 2·5m. 이륙거리 1백∼1백30m, 착륙거리는 20∼50m로 웬만한 공간이면 이·착륙이 가능하다.
자이로콥터는 1인용 헬리콥터와 비슷하다. 자체중량이 1백10kg이며 순항속도는 시속72km다. 이륙거리는 15m며 착륙거리는 7m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하늘의 오토바이인 셈이다. 가격은 1만달러정도.
이런 경량 비행기는 자동차용 고급휘발유를 연료로 쓸 수 있어 유용한 점이 많다.
박만식씨(29)는 『다양하게 비행기를 제작해 보는 것은 우리 실정에 맞는 비행기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번에 꼭 우리가 설계한 초경량 비행기로 세계아마추어비행기대회에 나가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씨는 서울대 항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 이번 연구과제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비행기를 제작한다해도 마음대로 날릴 수는 없다. 법적인 문제가 복잡해 허가받기가 쉽지 않다. 더욱 국내에는 실험용 비행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시행비행전 이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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