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감기약 안전성 떨어져 6세까지 판매 제한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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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의 판매 제한연령을 현행 2세 미만에서 6세 이하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성인과 신체적 특성이 다른 영유아 감기 증상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감기약을 복용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대한소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24일 '영유아의 올바른 감기약 사용을 위한 보고서'를 통해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안전성 문제로 28개 감기약 성분의 투약중단을 권고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는데 그 기준을 6세 이하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영유아 감기 특성과 국내외 감기약 처방 사례와 현황,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 28개 감기약 성분에 대해 재고찰한 결과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 중 감기약 기준'을 개정하면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 중 안전성이 우려되는 28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2세 미만에게 사용을 금지했다. 또 이들 2세 미만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들 단체는 "올바른 영유아 감기치료를 위해서는 이들 성분이 포함된 제품 설명서에 의사 처방없이는 투여하지 말 것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유아는 어른과 호흡기 구조나 면역반응, 간 효소 등이 달라 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임상 증상, 진행속도, 동반질환 유무에 따라 쉽게 탈수 증상이 나타나거나 열성 경련, 호흡곤란 같은 응급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어서다.

실제 영유아는 감기로 수액·산소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감기약 대부분은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실제 감기약 상당수에는 '영유아에게는 안전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경고문이 명시돼 있다.

그만큼 올바르고 정확한 감기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들 소청과 의사들은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한 영유아에게 감기약을 나이에 따라 단순하게 용량을 결정하면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크다"며 "현재 상태와 체표 면적·몸무게 등을 따져 투약 여부, 복용량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종합감기약에는 다양한 성분이 혼합돼 있어 영유아가 복용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8년 당시 영유아 감기약 안전성 논란에서 제외된 카페인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인은 일반약으로 판매되는 종합감기약 등에서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는 성분이다. 이들은 "카페인은 신경과민·흥분·불면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며 "이런 부작용은 나이가 어릴수록 위험성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영국·뉴질랜드·캐나다 등에서는 약국이나 슈퍼에서 자유롭게 구입이 가능한 일반 감기약을 부적절하게 복용하다 다양한 부작용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처방 감기약 안전성 검토 결과 1969년부터 2006년까지 비충혈 관련 사망 54건, 항히스타민제 관련 사망 68건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후 FDA는 2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일반 감기약 판매를 중단시켰다. 또 이런 권고를 6세까지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한국은 2세 미만 영유아에 의사진료를 권고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는데 그쳤다. 영유아 감기약 복용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9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약국 100 곳을 대상으로 영유아 감기약 판매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약국 70%가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28개 성분이 포함된 종합감기약을 판매했다.

안전성 표기 실태도 부실했다. 안전성 우려 성분이 포함된 26개 감기약 사용설명서를 확인한 결과 6개 제품에만 '2세 미만 영유아에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명확하게 표시됐다. 나머지 20개 제품에는 '2세 미만의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 약을 복용시키지 않도록 한다'라고 표시했다. 이들은 "보호자가 자녀에게 복용시켜도 무방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아과학회와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영유아 건강증진을 위해 감기약 올바른 복용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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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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