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애' 물살 헤치고 세계 정상 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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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폐아 수영선수 김진호(19.부산체고 2년)군이 세계정신지체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배영 200m에서 역대 대회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고 9일 김 선수의 부친 김기복씨가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김군은 8일 체코 리버렉에서 열린 배영 200m 경기에서 2분24초4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군의 기록은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나온 최고 기록 2분28초05를 3초 이상 단축한 신기록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세계정신지체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유일한 국제 수영대회로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20개국에서 111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경기를 벌이고 있다. 국제정신지체장애인스포츠연맹(INA/FID)이 주최하며 일정 기록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만 출전이 허용된다.

김군은 대회 첫날 열린 배영 100m 경기에서도 1분07초66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었다.

김선수는 자유형 200m 경기에서도 또 다시 입상을 기대하고있다.

체코에서 김선수와 동반한 어머니 유현경씨는 "진호가 밝은 모습으로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군은 세 살 때부터 자폐증과 지능장애 증세를 보인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올 초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한 '진호야 사랑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수영의 말아톤'이라 불리며 유명해졌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군은 부모의 헌신적인 뒷받침과 본인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장애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부모는 그에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영을 가르쳤다고 한다.

김군의 부모는 수영 때문에 중학교도 장애인학교가 아니라 일반 학교인 수원북중학교에 아들을 보냈으며 고등학교 역시 장애인 선수를 받아주는 학교를 물색하다 부산체고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유씨는 김군과 함께 부산으로 거처를 옮기고 김씨도 경기도 안양에서 의료업을 하는 등 '이산가족'으로 지내야 했다.

부산체고에서 김군은 일반인도 견디기 힘든 강훈을 잘 견뎠으며 덕분에 국내외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뚜렷한 성적을 거둬왔다.

그는 2002년 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에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출전해 금메달과 은메달 2개씩을 땄고 지난 4월 제주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에서는 배영 200m에서 2분24초의 장애인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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