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산책] 프로축구 통산 최다골 김도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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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훈은 시원시원한 웃음과 겉멋 부릴 줄 모르는 담백함으로 여성팬이 많다. 그는 경기도 분당의 성남 선수단 숙소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분당=박종근 기자

한창 주가가 오른 스타와 인터뷰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프로축구 개인 통산 최다골 신기록(113골)을 세운 김도훈(35.성남 일화)이 지금 그렇다. 밀려드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에 급기야 김학범 성남 감독은 인터뷰 데드라인을 정했다. K-리그 경기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였다. 김도훈을 만난 7일이 바로 그 마감일이었다.

그는 말을 잘했고, 자기 주장도 뚜렷했다. 어릴 때 판검사를 꿈꿨다는 김도훈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공부도 곧잘 했단다. 지기 싫어하는 근성이 공부에서도 발휘됐을 것 같았다.

요즘 김도훈이 칼같이 지키는 게 있다. 퇴근시간이다. 훈련을 마치면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 전에는 집에 도착한다. 생후 6개월 된 딸 서영이를 보기 위해서다. 인터뷰 중에도 "빨리 가서 서영이가 자기 전에 얼굴을 봐야 한다"면서 재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막 배밀이를 시작했다는 서영이가 방긋방긋 웃으면 무아지경에 빠진단다. 딸이 응원할 때까진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엔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기사 좀 많이 내주세요. 그걸로 방에다 도배를 하면 나중에 딸이 커서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니에요"라고 한다.

훈련 끝나면 칼같이 집으로

서른넷에 늦장가를 간 사정은 이랬다. 1999년 아버지 친구 문상을 갔다가 그 딸을 알게 됐다. 그 후로 종종 만나서 챙겨주는 동생이 됐는데 몇 년이 흐르자 점점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청혼할 결심을 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14일, 화이트데이를 핑계로 만난 자리에서 덥석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다짜고짜 "같이 살자"고 했다. 즉답은 듣지 못했지만 싫지 않은 눈치였다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

김도훈은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본인은 '골잡이 김도훈'보다는 '성남 일화 김도훈'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스타와 무명 선수가 뒤섞여 함께 뛰는 K-리그야말로 진정한 한국 축구의 초석이기 때문에 K-리그에 소속된 한 명의 선수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스트라이커로서의 그를 말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라는 찬사와 국가대표로만 나가면 어정쩡한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놓치는 국내용이란 비난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 그는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다.

"상당수 팬이 우리나라 선수가 놓치면 문전처리 미숙이고, 외국 선수가 놓치면 아쉬운 순간으로 치부한다."

그가 얘기하는 스트라이커의 제1 조건은 집중력이다. 문전에서 어영부영하다가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력을 키워 게임 후반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덕목으로 그는 기다림을 꼽았다. 미드필드에서 플레이가 막히면 답답한 나머지 성급하게 앞으로 나오는데 게임 내내 슈팅 한번 못하더라도 끝까지 문전에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은퇴요? 최대한 뛰어야죠

김도훈은 이런 덕목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이동국(포항 스틸러스)을 꼽았다. 신세대 '축구천재' 박주영(FC 서울)에 대해서는 "정말로 게임을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축구를 재미있게 해서 보기 좋다"고 했다.

요즘 가장 빈번하게 듣는 질문이 '언제 은퇴하느냐'라는 얘기라고 한다. 그 역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일단 올해가 끝날 때까지 해봐야겠죠." 김도훈은 항상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운다. 올해가 끝나고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다. 부상과 대표팀 탈락 등 적지 않은 시련을 겪고 난 노장의 경험이 우러나왔다. 은퇴하면 영국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싶다. 다만 그 계획이 실현될 날이 좀 더 늦춰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충형 기자<adch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김도훈은

▶출생=1970년 7월 21일(35세), 경남 통영

▶체격=1m83cm, 77㎏

▶가족=부인 김민정(24)씨, 딸 서영(6개월)

▶학교=유영초-통영중-울산 학성고-연세대

▶소속=전북 현대(95 ~ 97, 2000 ~ 2003년), 일본 J리그 빗셀 고베(97~2000년), 성남 일화(2003년 ~ 현재)

▶국가대표 경력=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96년 아시안컵, 98년 프랑스 월드컵

▶주요 수상 경력=프로축구 2000.2003년 득점왕, 2003년 MVP

▶주요 기록=프로축구 251경기 출장, 113골.40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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