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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즐겨읽기] 이렇게 이쁜 사고뭉치가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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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막내
김경미 글, 최영진 사진, 진디지털, 152쪽, 1만2000원

막내는 우스갯소리로 막무가내의 준말이다. 막내는 오직 막내란 이유 하나로 가장 크게 울거나 떼를 쓰고, 가장 많이 엎지르거나 쏟고, 가장 말이 안 되게 말을 하는 막무가내다. 그러나 요즘 그런 복 터진 막내들이 사라져 간다. 외동이 아니면 두 자녀가 대세인 까닭이다. 동생은 있어도 막내는 없는 시대다.

시인 김경미씨가 이 깜찍한 사진 에세이에 남긴 말이다. 엄마 말 한창 안 들을 나이의 여자 아이가 사진의 주인공이다. 울고 웃고 잠자고 먹고 목욕하고 사고치고, 두 살 아기가 네 살의 여자가 되기까지, 하루도 편한 날 없던 나날이 80여 점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은 갯벌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최영진씨의 작품. 자신의 막내 딸을 '즉석사진기'로 불리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담았다. 조작이나 테크닉의 여지가 없는 카메라를 부러 고른 건, 막내의 삶을 과장없이 기록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중 때문이리라. 하여 사진은 때때로 흐릿하거나 어둡다. 그 거친 질감이 외려 작가의 뜻을 오롯이 살린다. 책장을 넘기다 한참이나 잊고 살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 우리 모두, 한때는 막내였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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