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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르고 응급피임약 반복 복용하면 덜컥 임신할 수 있어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대학생 이모(24)씨는 월요일 오전 병원 문이 열자마자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이틀 남자친구와 뜻하지 않게 성관계를 가졌는데 임신이 될까 불안해서다. 남자친구가 콘돔 사용을 피해서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이씨는 두 달 전에도 같은 이유로 응급피임약을 먹은 적이 있다. 한 번만 먹으면 임신을 피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생각해서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응급피임약 처방이 많은 때다. 본래 응급피임약은 계획하지 않은 성관계나 콘돔이 찢어졌을 때 같이 응급상황에서 임신을 피하기 위해 복용한다. 늦어도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임신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최근에는 평소에 피임을 대비하기 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응급피임약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응급피임약은 2002년 국내 처음 도입된 이후 복용자가 점차 늘더니 요즘에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의약품 판매 데이터(IMS)에 따르면 2002년 응급피임약 판매량은 24만2891명분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는 71만8095명분으로 증가했다. 10년새 판매량이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일반 경구 피임약은 25% 소폭 성장하는데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임신이 가능한 15~44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피임 실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응급 피임약 복용률은 5~6%대다. 미리 계획을 세워 사용하는 일반 피임약 복용률(2~3%)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피임을 응급피임약에 의존하는 여성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은 일상적인 피임수단이 아니다. 응급상황에서 한시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피임법이다. 응급피임약의 호르몬 함유량은 일반 피임약 보다 10배 가량 높다. 응급피임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높아진다. 피임효과는 복용시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평균 피임성공률은 85%선이다. 여러 차례 반복하면 호르몬 불균형이 심해져 피임효과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또 비정상적 출혈이 발생하거나 두통·메스꺼움·복통 등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응급 피임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체내 호르몬 농도가 높아져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대다수는 이를 잘 알지 못해 응급피임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응급피임약 보급이 늘면서 인공임신중절(낙태)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인공임신중절률은 2005년 29.8%에서 2010년 15.8%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조사에 참여한 산부인과 의사 67%는 피임약이 보급이 확대되면서 인공임신중절이 감소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응급피임약은 복용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생리 예정일보다 일주일 이상 늦거나 복용시점으로부터 3주 이내 생리가 시작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임신검사를 받고 향후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피임약으로 계획 피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획 피임을 시작할 때 피임법은 연령, 생리주기, 자궁 상태, 생리량, 생리통 여부, 흡연 등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을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한 후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먹는 피임약은 하루 한 알 복용하면 난포 성숙과 배란을 막고 자궁 내막을 얇게 유지해 수정란 착상을 어렵게 만들어 99% 이상 높은 피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생리주기 조정, 생리통 및 생리증후군 완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먹는 피임약은 생리 첫날부터 복용을 시작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달 치 복용 후에는 휴약기간(4~7일)이 지나고 다시 새 포장의 약을 복용한다. 다만 처음 약을 복용하는 시점이 생리 시작 후 3~4일 이상 지났다면 이미 배란이 시작돼 피임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첫 2주 정도는 다른 피임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힘들다면 한 번 시술로 3~5년 정도 피임효과가 지속되는 자궁내 장치 등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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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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