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자유당과 내각(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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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통령직선문제로 일어난 국회의원 소환운동은 시끄러운 정치문제가 됐다. 국회 각 정파는 국회의원 소환운동은 헌법을 부인하는 불법행동인데도 정부가 법으로 다스리지 않는데 대해 항의했다. 장석윤내무장관은 국회답변에서 조사결과 소환운동은 국민회와 한청 등 단체가 주관하고 있었으나 검찰이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다고 해 단속할 수 없다고 했다. 조진만법무장관도 연구해 봤으나 처벌법규가 없다고 했다.

<전국서 서명운동>
이런 정부 태도를 두고 서일환의원은 『한국은 법치국가가 아닌 경찰국가며 비민주국가』라고 규탄했다. 그러자 허정총리서리는 『한국의 민주발전과 언론의 자유는 전 세계가 공인하고 있는데 경찰국가라고 말하는 것은 국체에 대한 모독』 이라고 맞섰다.
국회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자극돼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할 때까지는 정부가 제안한 의안이나 예산심의는 거부한다고 결의했다.
대통령은 국회에는 출석치 않고 담화를 통해 『국회가 민의가 무엇인가를 알고 거기에 순응해 대통령직선제에 대한 반대를 번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소환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2월18일엔 소환장 제1호가 안성출신의 이교선의원에게 보내져왔다. 안성군양성면민대표대회 대표자의 이름도 밝힌 소환 결의문은 「우리들 8천면민은 대통령직선제를 원하며 이 같은 우리들의 민의를 그릇되게 반영한 대변자의 소환을 결의했다」고 통고했다. 전국곳곳에서 자기지역 출신의원을 소환한다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국회에도 애국단체연합회 대표단이 찾아와 국회의장 면담을 요구했으며 사무처 직원과 다투다 데모에 돌입했다. 국회는 소환운동에 대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원내자유당의 엄상섭 이종현 이석기 윤길동 태완선 민국당의 서범석 소선규, 민우회의 서일환, 무소속의 서민호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러자 장내무장관은 국회가 조사할 것도 없다는 듯 소환운동은 원외자유당·국민회·한청·노총·여청·농총 등 6개 단체가 합동해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특별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보내 항의했다. 대통령은 2월26일 답변서를 통해 소환운동은 정당한 행동이라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문-국화의원 임기는 4년으로 헌법에 보장돼 있지 않은가.
▲답-4년동안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문-의원의 원내활동에 대한 헌법의 면책특권조항을 유린한 행위가 아닌가.

<면책권 유린했다>
▲답-면책특권은 행정부가 국회권한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소환운동은 국회가 헌법안을 부결한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해서 민중이 교정하려는 것이므로 면책특권과는 관계가 없다.
▲문-국회의원의 임기 중 소환이 가능하다면 대통령도 임기 중 민의로 퇴임케 할 수 있는가.
▲답-대통령이 민의를 위반한 때에는 국회에서 탄핵해서 면직시키거나 징벌할 수 있는 조문이 있잖은가.
▲문-소환운동으로 일어나는 혼란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답-민원의 정당한 표시가 혼란이 될 까닭이 없다.
▲문-대통령을 국회에서 선거하는 간접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닌가.
▲답-국회가 대통령선거를 하게되면 세력과 재물을 가진 자가 국회를 조종해서 민국정부는 소수인이 장악하게 될 것이니 민주주의는 이름뿐이고 시민은 정당한 권리행사도 자유권도 누릴 수 없게 된다.
이렇듯 대통령의 답변은 단호하고 명백했다.
국회특별위원회는 대통령의 답변서에 합의해 대통령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내놓았다.
『민의아닌 것을 민의라는 가면을 쓰고 국헌과 국법을 문란케 하여 국가의 기초를 파괴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는 국회의원 소환운동에 대하여 국회는 확고한 태도를 가지고 대통령과 그 보좌관에 대하여 엄중한 경고를 선언하는 동시에 헌법옹호를 위하여 결사투쟁할 것을 주권자에게 맹세한다.』
이 결의안을 놓고 국회의 원외자유당파가 처음으로 반대발언을 했다. 조주영의원은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적인 투표권을 지지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해서 그것이 위헌이거나 국법의 문란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신용욱 박영출의원 등은 대법원장도 소환운동은 법적 근거는 없지만 국민은 의사발표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 의사표시인 국민운동을 두고 대통령을 경고하는 이런 결의문은 정파의 정치적 야심을 내포한 것이라고 반대했다. 정파의 정략이라는 발언은 야당측 반발을 사 원내에서 충돌직전의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표결결과는 찬성1백10, 반대49로 가결되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자 대통령도 담화를 냈다.
『국회가 민의는 알아보려고는 안하고 국회의 다수표가 바로 민의라고 우기고 있으니 답답하다. 나도 국회의 대의권은 존중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회와 국민이 대통령투표권을 놓고 서로 권리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의를 무시하는 국회나 정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헌법정신인데 이것마저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할 수가 없다』는 내용.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 타협안을 냈다.

<정국, 다소 진정돼>
『대통령 자신은 내가 직선을 하면 당선되지만 국회의 간접선거에서는 당선이 안 될 것이니까 이러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나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국회가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해 민주국가의 기초를 확고히 한다면 금년 대통령선거만은 국회에서 투표하는데 협동할 것이다』
대통령의 타협안 제안과 함께 정국은 다소 누그러졌다. 마침 그때 쌀값 폭등 등 문제로 천문환농림이 함인섭으로 조진만법무가 서상권으로 교체됐다.
당시 두각료가 사임했을 때 정계에선 대통령이 원내조종을 위한 정략적인 각료등용을 할 것이라고 봤으나 전혀 정파와는 무관한 사람들을 기용했다. 일부 신문에선 대통령의 각료인선 등으로 미뤄 직선제 신념은 순수하다는 평가를 해야한다고 했고 국회에서도 어떤 타협안을 모색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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