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제 강화의 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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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시행이 강화된다면 국내경제 각부문의 상 관행도 불가피하게 큰 변혁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법이 성립된 지 3년여에 불과하여 그 동안의 성과나 공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속단의 위험이 따르지만 적어도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제도가 구현하려는 법 정신들이 경제주체, 특히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광범한 의미의 수요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산업구조의 효율화와 재건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보고싶다.
독과점의 효율적 규제와 거래관행의 공정화는 크게 보아 국내산업의 구조적 불균형과 행태적 불공정의 시점에 유효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만으로도 우리는 이 제도의 단계적 정착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채택한 뒤 3년 동안 신중과 적절한 절제를 보이면서 보수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이 제도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그 동안의 이 같은 소극적 법 운영은 법 정신의 단계적 구현이라는 대국적 판단이 아닌 관료적 행정중심의 법 운영이라는 비판을 낳게 했고 지나친 보수적 자세 때문에 규제대상의 불공정한 선택이 문제되기도 했다.
정부가 올해를 공정거래의 해로 정하고 이제까지 법 적용에서 배제해온 금융보험·각종 자유서비스업을 추가하는 등 이제도의 본격적인 가동을 선언한 배경에는 그 동안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이 제도를 본격 정착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곧 공정거래제도가 제2의 국면을 맞게됨을 의미한다.
제2단계의 주요 목표는 민영화자율화 과정에 들어있는 금융산업의 공정화와 각종 특별법으로 용인되어온 경쟁제한 행위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이 법의 포괄범위는 적어도 1차 산업을 제외한 거의 전 산업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국내경제의 발전과정에 비추어 독과점의 효율적 근원적 규제와 광범한 불공정거래의 시점은 하나의 필연적 과제이며 이 법의 실효를 위해서는 되도록 예외규정이 줄어들어야 하고 적용이 배제되는 부문은 적을수록 좋을 것이다. 발표된 제2단계 공정거래화 방침은 이런 연관에서 볼 때 대체적인 줄거리는 제대로 잡힌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공정거래의 정착은 기존 상 관습이나 보호될 필요 있는 유치산업부문과의 마찰을 되도록 줄여나가는 고도의 산업 정책적인 판단이 앞서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판단은 행정관료들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고도의 전문적 식견을 갖춘 학계와 민간전문가들과의 협의과정이 있어야한다.
기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역할을 맡고있으나 그 구성이 여전히 관료중심이고 운영 또한 행정편의 위주로 되고있어 자칫 판단의 간형과 공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공정거래제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이 위원회의 활성화와 관료행정중심의 운영탈피가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폭 강화된 규제력은 관료의 행정재량권으로 전환될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다.
제2단계 공정거래제도 확대가 1단계처럼 큰 마찰 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당 부서의 남다른 각오와 자세의 재정립은 물론 공정거래화의 대상이 되는 모든 관련부처들도 이제도의 정착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2단계 조치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금융산업의 공정거래화는 외형적 거래행태의 규제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여러 요소, 특히 금리나 거래조건의 경쟁화가 어려운 특수요인들도 함께 고려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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