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역자 일한만큼 대우 못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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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교역자의 교회내 역할과 미래상 당면 문제점등이 선교l백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의 새로운 중요 과제로 부상, 활발한 논의가 거듭되고 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한국교회여성연합회·여전도회전국연합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여성위원회등의 전국조직 여교역자협의체들은 최근 잇달아 세미나를 갖고 선교 2세기를 합한 기독교여성운동의 과제 및 여전도회원의 의식화 문제를 모색중이다
현 한국교회의 여교역자 실태는 일부교단을 제외하고는 법적인 위치와 역할이 인정돼있지 않고 교인의 3분의 2가 여자신도들인데 비해 남녀교역자의 비율은 여목사가 남자목사의 50분의 1에 불과할 뿐이다. 그나마도 「일은 많이하고 대우는 못받는 현실」이다.
따라서 교회의 미래를 대비한 선교여성의 양성과 관련, 여교역자의 법적 지위보장을 비롯한「역할인정」은 여교역자들의 힘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큰 변혁의 발전을 이룩한것 같다. 수련회에 참가한 전국여교역자(2백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등 기독교기관의 각종 통계를 중심으로 여교역자의 실태와 대우, 문제점등을 알아본다.

<여교역자 실태>
총 기독교교역자3만3천8백명 (목사 1만6천2백, 전도사 1만7천6백명)중 여목사 및 여전도사는 각각 3백42명과 6천7백명에 불과하다.
여전도사는 대부분의 교회가 인정을 하지만 대체로 「임시직」의 성격을 띤 편법(?)인 경우가 많고 남녀전도사를 구별, 여전도사의 당회참석등이 허용되지 않는게 통래다.
여목사제도가 정식 인정돼있는 교단은 20여개 교단중 기독교 감리교·기독교장로교·구세군뿐이다. 1931년부터 여목사제도가 인정된 감리교는 현재 40여명의 여목사가 있고 지난 74년 공식화된 기장은 10명-.
한국선교 (l908년) 와 동시에 남녀동등의 여사관제도가 인정된 구세군은 현재 남교역자와 동수인 1백90명의 여사관이 있고 교단 최고직인 사령관과 대등한 지위의 여성 부총재도 있다. 여전도사는 24명-.
예장합동·예장고곤등의 장로교 교단과 성결교 침례교단은 헌법 총회규약등에 여목사제도를 금하거나 절차상 목사안수에 병적확인서를 요구함으로써 여목사의 진출을 막고 있다.
예장통합의 경우 1933년 여목사 안수문제가 대두된 이래 여전도회를 중심으로 매년 총회때마다 헌의돼 왔으나 아직까지 채택되지 않았다.
원래 한국기독교는 선교초부터 『여성은 여성에게』라는 당시 상황을 고려한 선교정책에따라 여교역자제도가 자연스럽게 인정됐으나 해방후의 근본주의적인 성서해석과 남성위주의 교회정치 및 제도가 확립됨으로써 오히려 여교역자의 활동반경이 축소됐다.
현재의 세계적인 기독교 추세는 여목사제도가 폭넓게 수용되고 있으며 가톨릭까지도 최근의 뉴욕 종교아카데미(AAR) 총회에서 여성사제서품 문제가 논의됐다.

<대우 및 문제점>
통계에 나타난 여교역자들의 역할은 ▲심방 ▲새벽기도회인도 ▲목사조력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교회학교교사 남녀전도회 지도·상담등의 일도 한다.
이같은 통계에 비추어 볼 때 여교역자의 역할은 어떤 한계가 주어진 것이 아니고 「공식예배」를 제외하고는 남자교역자와의 구별이 없다.
대우면에서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자교역자의 2분의 1밖에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여교역자들의 보수는 월12∼17만원이고 평균은 20만원선.
흔히 여목사제도를 허용치 않을때 인용되는 성구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고린도전서 14장34절) 『여자의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치 아니하노니』 (디모데전서 2장12절)라는 구절이다.
일부 교단의 여교역자들은 남자와 똑같이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안수나 서품을 받지 못하고 법적 당회 회원자격보장도 받지못한, 당회장 재량에 좌우되는 직무만을 갖는「전도사」로 교회봉사를 한다.
또 목사안수를 정식으로 받았지만 교회의 청빙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교회를 맡아 개척, 성장시켜 놓으면 교회안에서 남자목사를 모시려는 압력(?)이 일어 계속 개척교회만 전전하는 예가 적지 않은게 여목사들의 실정이다.
지도력개발과 여전도회의 활동좌표등을 활발히 모색하는 여교역자들의 위치확보는 아직도상당한 「장정」의 길을 걸어야만 할 것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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