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 키워드 … 전화기 vs 문사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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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취업 키워드는 이공계와 인문계간의 양극화를 드러내는 ‘전화기 vs 문사철’이 꼽혔다. 역사와 인문학 같이 인문학 소양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것도 여전한 트랜드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올 한해 취업 뉴스를 10개 키워드로 정리해 24일 발표했다. 가장 먼저 전기전자ㆍ화학ㆍ기계관련 전공자와 문학ㆍ역사ㆍ철학 전공자의 괴리를 드러낸 ‘전화기 vs 문사철’이 키워드로 선정됐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공채 인원의 80%를 이공계 전공자로 채용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이공계 전공자만 채용하는 등 취업 불균형이 심했기 때문이다. 과거 상경계와 인문계를 선호했던 금융권도 이공계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대기업 관리직종 채용에서도 ‘인문계열 우대’ 대신 ‘전공불문’으로 대체되는 게 증거다.

◇스펙초월 채용 많아졌지만 구직자는 여전히 고스펙 고집=취업에 있어 스펙보다는 직무적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펙초월 채용’ 경향이 강해 구직자들이 자격시험 대신 인턴이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반면 탈스펙 열풍에도 고스펙이 곧 취업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취업준비생들에게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커리어 관계자는 “‘스펙초월 채용’과 ‘여전한 고스펙’이 취업시장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두 가지 키워드”라며 “목적 없는 스펙쌓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직무 연결성을 상세하게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년연장 의무화와 좁아지는 취업문=2016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년연장법도 올해 채용 시장에 중요한 변화다. 정년이 늘어나면서 신입 구직자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워킹던트, 육아를 함께하는 워킹맘, 재취업에 적극적인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들이 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우량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의 부상=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구직자의 중견ㆍ중소기업 취업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구직자들이 대기업을 고집하는 대신 개인과 회사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우량 강소기업 취업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정부 역시 차별화된 기술력에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와 근무 여건을 갖춘 우량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월드클래스 300’과 ‘히든챔피언 육성 사업’ 을 마련했다. 커리어 관계자는 "일자리 불균형과 미스매칭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경제 성장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 채용제도 개편, 역사와 인문학 소양 중시, 이색 심층 면접 확대 등이 2014년 취업 키워드로 선정됐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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