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휘말린 일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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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74년11월 수상에서 물러난 「다나까」씨에게 일본언론은「야미·쇼오군」(합장군)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는 록히드 사건이 터지자 집권자민당 당적 마저 스스로 버렸지만 자민당내의 파벌인「다나까 군단」을 지휘하는「합장군」으로 남아 일본정치를 이면에서 요리해왔다. 그런 합장군 「다나까」 에 대한 유죄 구형으로 일본정국은 이제 완전히 태풍권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야당이 준비하고 있는 「다나까」 피고인에 대한 의원직 사직권고결의안 제출이다.「다나까」 씨가 유죄 구형을 받은 직후 「정치윤리확립」을 외치며 가두 데모를 벌였던 일본의 사회·공명·민사·공산당 등 야당은 27일부터 시작된 대정부 질의를 통해 경부와 자민당에 대한 일대정치공세를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각종 연설회 등을 통해 「다나까」전 수상에게 내려진 논고를 「자민당의 금권 정치에 대한논고」로 여론을 몰아붙여 전후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민당이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다나까 사직권고 안」이 국회에 제출되어도 야당세력이 중의원 5백4석의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2백11석이어서 의원직을 박탈하기는 어렵지만 이문제로 인해 원만한 국회운영이 어려워지면 중의원해산→조기총선거로 번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나까소네」 (중보근강홍)수상은 지난번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일련의 사태를 미리 읽고 있었는지 기자들에게 『야당의 대여공세로 예산심의가 늦어지고 내각불신임안이 제출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중요법안 처리가 암초에 부딪칠 경우 국회해산도 불사하겠다』 고 밝힌바 있다.
국회해산 시나리오는 실은「다나까」파가 갖고 있는 전략 중의 하나.
「다나까」 파는 5월로 예정된 「다나까」 에 대한 변론 공판 때 「다나까」의 무죄 주장을 편 다음 국회를 해산, 6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 때 중의원선거도 동시에 치르면 자금과 조직 면에서 준비가 덜된 야당을 쉽게 공략, 압승할 수 있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까」파는 중·참의원 동시 선거결과를 등에 업고 9∼10월로 예정된 록히드 사건 l번 선고공판에 임하면 보다 유리한 판결이 가능하며 「다나까」전 수상이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세력확장이 끝난 뒤라 내년으로 예정됐던 중의원 선거 때 자파가 입는 손실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야당일부에서도 이러한「다나까」 파의 전략을 감지, 신중히 대여투쟁을 벌이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야당대표들은 일만 대정부 질의가 끝난 뒤 사직 권고 안을 제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야당의 대정부 공세와 함께 자민당 내 주류와 비주류의 암투도 이미 싹트고있다.
구형공판 직후 「후꾸다」(복전규부) 전 수상은 『논고구형이 상당히 엄하게 내려졌다. 이것은 바로 정치현실에 대한 경종』이라고 강조, 정치풍토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미끼」(삼목무부) 전 수상은 비판의 톤을 약간 높여 『 「다나까」씨는 오늘의 사태를 사건당사자로서 진심으로 받아들여 반성해야 한다. 동시에 정계의 금권체질 그 자체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정치인들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번 「나까소네」수상과 자민당 총재경쟁을 벌였던「고오모또」 (하본민부)씨는 「다나까」씨의 진퇴에 관해 『법적 책임 이전에 정치가로서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과거에는 어떤 사건에 관련되면 기소되기 전에 스스로 책임을 느껴 의원직을 사직한 사람도 있었다』면서「다나까」씨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 의원직을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다나까 군단」을 비롯한 자민당주류 파는 『구형과 판결은 별개다. 구형단계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나까」 군단의 모임인 목요클럽의 「에자끼」(강기진징)회장대리는 구형공판직후 『목십 클럽은 「다나까」 전수상의 입장을 지지, 일사불란하게 본래의 목적지를 향해 당당히 정치활동을 벌이겠다』 고 선언했다.
「다나까」 파인 전 후생상「오자와」 (소택신남)씨는『논고 구형은 검찰의 주장을 집대성한 것으로 체포·기소하면 으레 유죄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논고 구형내용이 어떻든 우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나까」파는 이미 구형에 앞서 24, 25일 양일간 신년회과 임시총회를 열어 유죄구형에 대비, 군단 단합 대회까지 가졌다.
「다나까」씨는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는 효의 정치』라고 그의「힘의 논리」를 전개하고 앞으로 국회의원에 입후보할 신인 22명을 일일이 등단시켜 소개하면서 자민당 의원중 과반수는「다나까」파가 차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나까」 씨는 작년12월부터 「스즈끼」 (영목선행) 전 수상을 비롯, 「스즈끼」파의 중진인 「다나까」 (전중륙조) 정조회장과도 만나 맹우 관계를 재확인하는 등 비주류 계의 도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다나까」 에 대한 유죄구형이 당장 주류와 비주류간의 세력다툼으로 표면화 되지는 않겠지만 당원도 아닌 범죄인에 의해 자민당이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주류 계에선 점차 녹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든 「다나까」가 몰고 온 태풍은 「다나까」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수상이 된「나까소네」수상이 돌파해야할 최대의 난관이다. 「나까소네」수상은 「부심항모」의 함장을 맡을 때부터 태풍이 몰려온다는 것을 결코 있었다.
「다나까」 의 태풍을 「나까소네」수상이 슬기롭게 피하면「탈 다나까」의 자주항로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 정계의 관측이기도 하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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