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비스가 최상의 경쟁력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 8일 한국표준협회 주최로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05 한국서비스품질지수’ 시상식. 김상선 기자

#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은 100원짜리 동전부터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이 골고루 들어간 3만원짜리 환전 팩을 항상 준비해 두고 있다. 미처 환전하지 못한 투숙객이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제공하기 위해서다. 밤 늦은 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 여행객이 환전할 겨를도 없이 택시를 타고 온 경우를 대비해 호텔 직원이 고객 대신 택시 요금을 내주는 '택시요금 서비스'도 하고 있다.

#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CJ CGV㈜는 '고객 감동'을 모토로 업계 최초로 시도한 서비스가 여럿이다.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개념을 도입한 프리미엄 영화관(CGV 골드클래스), 부부 관객을 위한 유아놀이방 서비스(CGV야탑), 여성 관객을 위한 메이크업 서비스와 무료 쇼핑백 보관 서비스(CGV명동) 등이 대표적이다. 티켓 구입 때 줄 서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이용하는 번호표 서비스도 업계에서 처음 도입했다.

# 광주광역시 청사 현관에는 안내인이 배치돼 있다. 청사를 처음 방문하는 민원인에게 방문 부서 업무와 위치 등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민원실은 딱딱한 관공서라는 느낌을 찾기 힘들다. 민원 순번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면서 무료 PC 앞에 앉거나 시력.청력.혈압 등 건강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요즘 '5S 운동'을 펼치고 있다. 5S운동은 ▶일어서서 인사하기(Stand) ▶관심을 갖고 바라보며 응대하기(See)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응대하기(Smile) ▶업무는 신속하게 처리하기(Speed)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드리기(Satisfaction) 등이다.

이들은 한국표준협회와 중앙일보가 8일 발표한 '2005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에서 업종별 1위를 차지한 기업(기관)들 중 일부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은 100점 만점으로 계산되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에서 전체 평균보다 20점 높은 80.06점을 받았다. 올해 조사한 198개 기업 중 서비스 품질지수가 가장 높았다. CJ CGV㈜는 영화관 분야에서, 광주광역시는 공공행정(시청)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이계형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낸다 하더라도 서비스 품질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제대로 창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표준협회는 48개 서비스 업종의 198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을 조사해 한국서비스품질지수 결과를 내놨다. 2005년 한국 서비스산업의 전체적인 품질 수준은 66.6점으로 지난해보다 3점 올랐다. 서비스품질지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 누가 잘했나= 현대백화점(백화점), SK텔레콤(이동전화), 아시아나(항공), 삼성서울병원(종합병원), 에버랜드(테마파크) 등 5개 기업은 2000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6년 연속으로 해당 업종에서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SK㈜(주유소), 삼성화재(손해보험), 신한은행(은행), GS25(편의점)도 해당 업종에서 4년 연속으로 최고의 서비스품질을 자랑했다. 삼성생명(생명보험), 삼성카드(신용카드), 금호렌터카(렌터카)는 3년 연속으로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78.68점)은 종합병원 평균보다 약 6점이 높은 점수로 신촌세브란스병원(70.18점), 서울아산병원(70.07점), 서울대병원(66.50점) 등 다른 종합병원을 제쳤다. CGV(75.09)는 지난해보다 약 8점이나 점수가 오르며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올해 처음 조사한 공연장 부문에서는 예술의 전당(72.11점), 헤어전문숍에서는 박준뷰티랩(71.35점)이 1위에 올랐다. 지하철 부문에서는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맡고 있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64.51)가 3년 만에 타 공사보다 3점 이상 높은 점수로 선두에 올랐다. 공공행정 부문에서는 광주광역시청(67.81점)이 업종 평균보다 약 6점 높은 점수로 1위를 재탈환했다.

그러나 공공민원 서비스 부문(50.29점)은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동사무소(54.32점)가 그나마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었고 경찰서 및 파출소(50.55점), 세무서(49.16점), 법원(47.12점) 등 순이었다. 고객 서비스를 표방하는 공공기관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관공서의 문턱은 높았다.

◆ 업종별 분석=지난해보다 가장 서비스가 좋아진 부문은 종합병원이다. 종합병원은 지난해(63.73점)보다 7.62점이 오른 71.36점으로 조사됐다. 서비스품질지수가 가장 높이 뛴 업종이었다. 신용카드사와 고속버스도 지난해에 비해 지수가 두드러지게 오른 업종이었다. 이들 업종은 치열한 경쟁(병원, 카드)과 고속철도라는 경쟁자의 등장(고속버스)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던 업종이다.

표준협회 측은 "경영환경의 변화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안인 서비스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반면 골프장은 3.89점 하락한 67.47점으로 가장 하락폭이 큰 업종이었다. 패스트푸드와 편의점 등도 전반적으로 점수가 나빠졌다.

◆ 순위 쟁탈전 치열= 항공업종의 경우 아시아나가 6년 연속 1위에 올랐지만 대한항공과 격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올해 아시아나(72.78점)는 대한항공(72.61점)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대형서점 부문에서도 교보문고(67.29점)와 영풍문고(67.27점)가 공동 1위라고 해도 될 만큼 차이는 미미했다. 초고속 인터넷 분야도 하나로텔레콤(61.83)과 KT(61.61)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올해 1위로 뛰어오른 기업은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호텔), CGV(영화관), 용수산(한정식), 롯데관광(여행사), CJ mall(인터넷 쇼핑몰), 아시아나 CC(골프장),대명콘도(리조트), 한국싸이버대학(사이버대학) 등이었다.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서비스품질지수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는 한국표준협회(KSA)와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국내 서비스 산업과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해 공동 개발한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본 소비자들이 서비스 품질에 대해 만족한 정도를 조사한 종합지표라고 할 수 있다.

KS-SQI는 서비스 산업만을 대상으로 2000년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조사.발표하고 있다. 올해 조사는 48개 업종 19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최근 1개월~1년 이내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경험이 있는 약 6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4~6월 실시됐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폴에버가 1 대 1 개별면접 및 인터넷 조사를 했다.

평가 항목은 기본적인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는지와 예상 외의 혜택, 약속 이행, 독창적 서비스, 고객 응대, 신뢰감, 접근 용이성 등 크게 여덟가지로 나누었다. 각 항목에 대해 세부적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측정했다. '예상 외의 혜택' 서비스를 예로 들면 이렇다. 식당에 자리가 꽉 차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허기를 때우라며 간단한 음식을 내준다든가, 자동차가 펑크났는데 뜻하지 않은 도움의 손길을 받은 경우다. 이런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조사 설문지의 '예상 외의 혜택' 난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조사 결과는 100점 만점에 얼마를 받았는지 표시된다. 조사대상 기업은 해당 업종에서 매출액.사회적 인지도.기업 이미지 등을 고려하되 조사대상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합이 70% 이상이 되도록 상위 기업 중심으로 선정됐다.

이계형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KS-SQI는 서비스 산업의 전반적 품질 수준에 대한 고객의 객관적인 평가와 만족도를 나타내는 종합 지표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객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국민 행복 추구를 위해 개발된 도구"라고 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