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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건강식품|농약 안 쓴 쌀-야채-과일 등 예약지렁이-개구리-뱀까지 씨 말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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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녹즙을 마시자. 태양을 마시자』-.서울 여의도 백조아파트 B동에서 케일즙 보급운동을 펴고있는「불로초 보급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회장 김종관씨(55·서울민사지법 집달관)는 20년 전부터 고혈압·위무력증·대장염 등이 겹쳐 사경을 헤매다 케일 즙을 마시기 시작해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
김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도 타기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악화됐고 승진시험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었으나 케일녹즙 덕으로 병마를 극복하고 20년만에 승진시험까지 쳐 사무관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케일녹즙에 심취돼 연구서적까지 펴냈다. 요즘도 일요일마다 보급회에 나가 강연을 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자와 씨앗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등 녹즙보급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김씨가 일하고 있는 서울민사지법 집달관실 직원 15명도 케일애호가. 토·일요일마다 불로초 보급회를 찾는 애호가만도 1천여 명.

<비 건강식도 덩달아>
이 같은 자연 건강식 붐을 타고 직장단위로 집단 공급하는 곳도 있다.
건설회사 이사인 오영세씨(47·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7동)는 자연·건강식품 전문판매점의 3년째 단골손님.
약간 당뇨 기가 있는 오씨의 식탁에 오르는 캐비지·당근 등 각종 채소와 두부, 밥에 섞어 먹는 검정콩·팥·율무, 때때로 먹는 보리·들깨를 섞은 미숫가루 등은 모두 자연식품.
주식으로 쓰는 현미도 부인 성나미씨(42)가 경기도 여주에서 농약을 쓰지 않은 벼를 재배하고 있는 백 모씨(37)에게 부탁해서 가져오는 것.
지난 초겨울에 담근 김장은 여주에서 주문 배달해온 무공해 배추. 미리 김장거리를 신청하지 않으면 자칫 김장철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성씨는 빈틈없이 서둘러 부탁을 해왔다.
성씨는 도 캐비지·당근·오이 등으로 녹즙을 만들어 남편에게 아침·저녁으로 장복시킨다. 남편에게는 산성식품인 육류·달걀·치즈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미역·다시마·김 등 알칼리성 식품을 많이 먹도록 신경 쓴다.
자녀들에게도 우유에 율무가루를 타 먹인다.
공해식품을 안 먹으려고 외식은 될수록 피한다. 자연식 전문점의 식품은 보통 일반상점보다 50∼1백%나 비싸기 때문에 식비로 적지 않은 돈이 지출된다.
먹고살기도 바쁜 서민으로서는 어려운 일. 식품이 나날이 공해에 오염돼 가는 줄 알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그냥 먹고 살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 상류층 이상만 돼도 요즈음 풍조는 달라진다.
압구정동을 비롯해, 여의도·서초동·반포·잠실 등 아파트지역의 건강식품 코너는 언제나 고객으로 붐빈다. 백화점에도 건강식품 코너가 생겼다.
서초동 W쇼핑센터의 건강식품 코너에는 최근 1년 사이 고객이 30%나 늘었다.
건축업을 하는 강철규씨(48·서울 성북동)는 지난해 이웃 10가구와 함께 충남 서산에 조그마한 농장을 공동구입,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농법으로 각종 야채와 과일을 재배, 신선한 식품을 식탁에 올리고 있다.

<알칼리성 식품 권장>
전국의 자연건강식품 전문판매점은 5백여 곳이고 관련생산업체도 3백여 곳. 이와 관련된 단체만도 불로초 보급회, 자연식동호회, 네거티브요법 보급회, 정농회, 생녹즙회, 애초회, 초란회, 알로에의 집 등 가지각색. 건강식품을 종합적으로 파는 이른바「건강백화점」도 서울 명동 지하상가 등 10여 곳.
건강식품 붐을 틈타 일부 사이비건강식품이 우후죽순처럼 나오자 건강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자는 움직임도 있다. 보사부에서는 사이비건강식에 대한 단속도 할 방침이다.
홍문화(서울대생약연구소), 권숙표(연세대), 기준성(자연식동호회)씨 등 1백20명의 저명인사가 발기인이 되어 사단법인 한국자연건강식협회를 결성, 보사부에 허가신청을 했다.
이들은 산업화의 가속화와 함께 나날이 공해에 오염돼 가는 식품을 보호, 오염이 덜된 음식을 먹자는「식품권」운동을 펴기로 했다.
동물성 식품에 대한 애호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간장병이나 허약체질, 정력에 좋다는 스테미너 식품들. 이 때문에 요즈음 건국의 개구리·지렁이·뱀·굼뱅이 등이 수난을 당하는가 하면 마구잡이로 일부 생태계 파괴의 우려까지 있다. 또 토룡정(지렁이를 가공한 것) 등을 생산하는 기업화의 단계까지 발전했다.
서울근교의 한탄 강이나 동두천 변·청평·마석·양수리 등엔 개구리 요리 집들이 즐비하다.
마석리에는 개구리요리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 5∼6개소나 된다.
개구리로 튀김을 하거나 매운탕을 해서 손님에게 내놓는다.10마리 튀김 한 접시에 2천5백원.
요리로 쓰는 개구리는 영양을 체내에 축적시킨 동면개구리가 좋다해서 11월초부터 다음해 3월초까지 태백산이나 설악산줄기, 충청도의 산골에서 마구잡이로 개구리사냥을 한다.
길정식씨(46·상업·서울 공덕동)는 친구 5∼6명과 주말이면 등산을 겸해서 서울근교에서 개구리요리를 즐기는 것이 취미로 돼있다.
지렁이를 이용한 건강산업도 기업화 단계에 있다.
금강산업(서울 신림동)은 지렁이의 엑기스를 뽑아 드링크처럼 만든 1백20ml짜리 구인정(지렁이로 만들었다는 뜻)을 하루 6천 병씩 생산하고 있고 2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수출할 계획.
유명인사 중에도 자연식 애호가가 많다.
L장관은 10여 년 전부터 율무쌀을 갈아 죽처럼 만들어 아침마다 l컵씩 마시는 것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애주가인 L장관은 그래서인지 전에는 혈색이 검었으나 율무를 장복하고부터는 얼굴이 몰라보게 깨끗해졌고 혈색도 좋으며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기세훈 변호사(69)는 10년 전부터 아침식사로 검정콩과·들깨·참깨·보리·찹쌀가루로 만든 죽에 우유를 타서 먹는 게 습관. 기 변호사는『이렇게 먹으려면 물론 비용이 들고 손이 많이 가지만 마치 아침마다 보약을 먹는 것처럼 영양이 풍부하고 뱃속이 거뜬해서 오전활동을 상쾌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무조건 먹으면 역효과>
삼우트레이딩 김포공장은 점심식사 때마다 현미밥을 지어 구내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무료 공급하고있다.
그러나 이런 건강식품은 자칫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너도나도 건강식 산업에 뛰어들어「비 건강·불량식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
식초가 몸에 좋다고 해서 공업용식초를 마시거나 위장궤양 환자가 식초를 마구 마시면 병세가 크게 악화, 내출혈까지 일으킬 수 있다.
한국자연건강식협회장 홍문화 박사는『시중에 나도는 건강식품을 사먹기만 하면 무조건 건강해지는 것으로 잘못 인식해서는 안 된다. 암·성인병 등 현대 병은 음식을 편중되게 먹는데서 오는 식원 병이므로 균형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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