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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치정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졸업을 한달 앞둔 남녀고교생 4명이 술집에서 소주파티를 벌이다가 애인끼리 말다툼을 벌여 남학생이 휘두른 폭력에 여고생이 숨졌다. 이 사건은 머리 및 교복자율화후 급증한 탈선 비행청소년근절을 위해 경찰이 유해환경 업소에 대한 일제계몽을 하고있는 기간에 술집에서 빚어졌고 10대의 다툼이 성인들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애정문제가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학교와 가정에 경종이 되고 있다.
24일 하오7시30분쯤 서울상도2동32의26 간이음식점 풍미집(주인 박성희·여·38)에서 서울Y고교3년 김모군(19)이 같은 학교 졸업반학생 윤모군 (19) 등 2명과 2년전부터 사귀어온 서울M여고3년 강혜영양(19)과 함께 2홉들이 소주4병을 마신후 강양과 애정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강양을 폭행해 뇌진탕을 일으키게 했다. 강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숨진 강양은 지난 5일 학교추천으로 한국화장품 미용사원으로 취직, 23일까지 한국화장품 부천공장에서 연수를 받고 나와 2년전부터 사귀어온 애인 김군과 이날 정오쯤 봉천동 양지다방앞에서 만났다. 김군은 근처에 있는 누나집에 들러 강양을 누나에게 소개한 뒤 상도동에 있는 유진다방에서 친구 윤군등과 어울려 하오6시부터 풍미집에서 술을 마셨다.
강양은 술집에서 김군의 친구 윤군이 『강양이 연수를 받는 사이 김군이 딴 여자친구들과 사귀었다』고 말하자 강양은 화를 내며 『술을 더 달라』고 요구해 정신을 못 가누는 상태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술을 더 마신 강양이 욕설을 하며 일어서려하자 김군이 강양의 얼굴에 술을 끼얹었고 강양이 밖으로 뛰쳐나가자 김군이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뒤따라 나가 김군이 강양에게 폭행하고 밀어 넘어뜨려 뇌진탕증세를 일으켰다는 것.
김군은 강양이 쓰러지자 강양을 업고 인근 신혜의원으로 갔다가 뇌진탕이라는 진단을 받고 바로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강양과 김군은 평소 데이트때도 술을 마셔왔는데 강양이 김군보다 술을 더 잘 마셨다는 것.
강양은 고교 2년때인 81년 7월말 서울남영동 왕자분식점에서 김군을 우연히 만나 그동안 장래를 약속하고 깊이 사귀어 왔다.
김군은 이번 학력고사에서 1백84점을 받아 K대불문과를 지원했으나 불합격했다.
숨진 강양은 아버지(50)가 사업을 하다 실패,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했다. 김군의 가정은 아버지(55·서울봉천2동)가 상업으로 중류이상의 생활을 하며 1남2녀의 장남으로 평소 주위에서 온순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김군과 강양은 졸업을 앞두고 장발에 청바지차림으로 고급운동화를 신고있어 외관상으로는 대학생처럼 보였다.
경찰은 김군을 폭행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풍미집주인 박씨를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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