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연구열 날로 높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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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연구열이 높아가고 있다. 아프리카가 제3세계 운동의 주역으로서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오래전 일이나 작년 전두환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전후해 쏟아진 정보로 그 존재가 한층 가까와진 감이 있다. 「아프리카에의 진출」이란 현실적 요청이 배경에 깔린 점을 간과할 수 없지만 이제 아프리카 연구는 단지 개인적인 연구와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공동의 작문적 관심의 대상으로 그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작년 7월엔 한국아프리카 학회가 창립됐다. 외교안보연구원의 박상식교수, 한국외국어대 박원도교수등 아프리카연구에 관심있는 10여명의 학자들이 모여 학회를 결성한 것. 이들은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발표회와 학회지발간등으로 내적 기반을 다지면서 외적인 확대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엔 아프리카 지역학과가 있다. 현재 15명의 학생이 아프리카지역을 연구중인데 국내 아프리카 연구자의 중요한 공급원이 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또 올해 동부 아프리카의 중요언어인 스와힐리(Swahili)어과를 신설했다.케냐·탄자니아의 공용어이며 우간다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스와힐리부족어의 신설학과에 몰려든 지망생은 52명 정원에 4백72명으로 9대1의 경쟁률을 기록, 이학교 최대의 경쟁학과가 됐다. 쾰른대·런던대를 거쳐 지난 80년이후 케냐의 나이로비대에서 스와힐리 어문학을 연구한 김윤진교수와 탄자니아인 「바이뭉구」씨가 강의를 맡을 예정.
또 외대에는 아프리카문제연구소(소장박원도)가 설치돼 있다. 아프리카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 및 군사사정을 연구, 우리의 아프리카 관계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77년 설립, 그 동안 논문집(아프리카연구) 발간과 세미나(대아프리카 진출전략)개최등 활동을 벌여왔다.
이밖에 외교안보연구원·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소 (KIET)등에서도 아프리카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아프리카 연구실적은 한마디로 『부끄러운 상태』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진출만 하더라도 장기적이며 원대한 계획이어야 하고 따라서 그 어느 분야보다도 「학문」이 한발 앞서나가 진출의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못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특히 아프리카 50개국(남아프리카 제외)중 한국과의 단독수교가 3개국인데 비해 북한과는 16개국에 달해 외교면에서도 가장 고심하는 지역으로서 여기에도 학계의 연구성과는 긴요한 형편.
문제의 어려움은 우선 학계의 아프리카 전공자가 극소하다는데 있다. 정치학에서 3∼4명, 경제학에서 1∼2명으로 겨우 손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다가 사회학·인류학·문학·종교학·음악등에선 거의 전무한 상태. 학계는 따라서 신진학자들의 배출과 함께 외국유학자중 아프리카 연구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자중 아프리카관계 연구로 최초의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중앙대 하경근교수. 그는 69년 「아프리카에서의 국가형성과정」이란 논문으로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내엔 70년대이후 이들이 중심이 돼 저술해낸 『아프리카 정치론』 『아프리카 외교론』 『후진국정치론』 『제3세계 정치론』등이 선보이고 있다.
아프리카학회 회장이기도 한 박상식교수는 70년대초 자신이 귀국했을 때 아프리카를 연구하고 돌아왔다는 말에 『할일도 많은데 왜 그따위 공부를 했느냐』 는 힐난을 들은 일도 있다고 회고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오늘날 얼마나 호전됐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의 경제적인 돈벌이보다는 한국의 세계적인 역할 구상이란 차원에서 아프리카를 볼것을 권했다.
박교수는 아프리카는 우리와 인종적·역사적 경험이 유사한만큼 앞으로 우리를 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탄탄한 아프리카 연구를 위해선 ▲자료부족의 해소 ▲학자들의 현지연구 외에도 이 지역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정부의 특별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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