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정상회담의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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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미국에는 반일무드가 고조되어있다. 안보마찰에서 미국은 일본이GNP의 1%미만을 방위비에 쓰는「공짜안보」를 비판하고, 무역마찰에서 미국은 일본이 미국에 실업을 수출하면서 미국의 상품에 대해서 일본자신의 시장은 개방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10%선을 넘어서고, 대일 무역적자가 82년에 1백75억 달러. 83년에 2백20억 달러(예상)나 된다는 통계를 보면 미국 사람들의 반일감정에 동정이 가기도 한다.
미일관계가 이처럼 최악의 상태에 놓인 시기에「레이건」미국대통령과「나까소네」(중조근강홍) 일본수상의 정상회담이 열렸으니 그 회담의 최대의 과제가 두 나라간에 신뢰회복의 길을 찾는 것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미일관계의 정상화는 우리도 바라는 바이기 때문에 워싱턴의 정상회담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나까소네」수상이 워싱턴방문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한일관계개선의 카드를 들고 가는 것이 미일간의 신뢰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일정상회담은 안보 면에서는「나까소네」수상의 적극적인 자세로 미국과의 거리를 상당히 좁혔지만 무역마찰 문제에서는「나까소네」수상이 미국의 요구를 훗날로 미루는데 성공한 상태로 막을 내렸다.
재작년「스즈끼」(영목선행)수상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미일동맹에 군사적인 의미는 없다고 발언하여 미국 사람들의 대일 불신을 극도로 부채질하고 일본 국내에서도 큰 말썽이 되었다.
그러나「나까소네」수상은 이번 워싱턴방문 중에 미국과 일본이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미국이 바라는 대로 일본의 방위력을 증강하여 소련의 태평양함대를 견제하고 유사시에는 대한해협을 포함한 4개 해협을 봉쇄할 것이며 일본 본토로부터 1천 해리 이내의 해상수송로를 저지겠다고 공언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보다 빠른 시일 안에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GNP 1%의 상한선을 넘는 방위지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안보협력에서 미국은 일본의 약속에 일만 기대를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경제문제에서 일본은「나까소네」방미 전에 수입관세 인하, 비관세장벽제거, 군사기술의 대미제공결정 같은 조치를 취했을 뿐 미국이 바라는 시장개방 문제는 정상회담에서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미국은 특히 일본이 미국의 오린지, 쇠고기 등에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어왔지만「나까소네」수상은 안보문제에서 보인 적극성을 방패로「레이건」대통령의 압력을 비켜섰다.
미국 의회에는 수입제한을 요구하는 보호무역주의법안이 속속 제출되고 있다. 내년에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를 앞둔 이 시기에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는 방도의 하나로 일본을 비난하면서 보호무역법안을 내거나 지지하는 것이 정치적인 플러스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미일 무역마찰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해소되기를 바란 것은 그것이 미국으로 하여금 보호주의적 장벽을 쌓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제3국들에 큰 피해를 주는 일이 방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였다.
미국과 일본은 그들간의 경제마찰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해롤 주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이 달말「슐츠」국무장관의 방일로 시작되는 미일협의를 통해서 경제관계의 정상화를 서둘러야할 것이다.
한편「나까소네」수상이 유사시에 소련함대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본이 봉쇄하겠다고 말한 4개 해협의 하나가 대한해협인 것이 확실한데 우리는 비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정부는「나까소네」발언의 진의를 알아내고 미국과 협의하는 일을 서둘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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