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해방 다룬 오페라·오라토리오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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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200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에서 상연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광복 60년 기념으로 다음달 국내 공연된다.

해방의 기쁨을 웅장한 음악으로-.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두 편의 대형 음악극이 찾아온다. 그간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작품들이다.또 고난의 역사를 버텨온 유대인의 영욕을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다음달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상연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막이 오르면 무대 전면에 철조망이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 수용소다. 철장 너머 유대인 포로들은 곧 상연될 오페라 '나부코'의 무대 세트 제작에 한창이다. '나부코'는 이렇게 '극중 극' 형태로 시작된다.

'나부코'는 1842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초연 당시 대성공을 거두었던 베르디의 출세작.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서 독립을 열망했던 이탈리아의 마음을 담았다.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로 시작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연주되고 나면 오페라에서 보기 드문 앙코르 요청이 쇄도한다. 이탈리아 파르마 극장이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두 차례 연거푸 연주하는 게 전통이다.

언제 들어도 코끝이 찡해오는 장엄한 합창이다. 1901년 베르디의 장례식 때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8000명의 합창단과 시민이 함께 부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합창단이 모두 한목소리로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모습은 유대 민족의 단합을, 더 나아가서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상징한다.

'나부코'는 구약성서에 약간의 허구를 가미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대제사장 자카리아의 영도 아래 한데 뭉쳐 식민 통치자 나부코의 압제에 집단 항거한다. 그 와중에 유대왕의 조카인 이즈마엘레는 바빌론 왕 나부코의 딸 페네나와 사랑에 빠진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맡은 다니엘 브느앙은 "억압은 지금도 세계 공통의 주제이며 현실"이라며"원작의 내용을 현대에 벌어진 실제 사건 속에서 재조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1986년 서울시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했으나 자주 상연되지 않는 편이다.

국립합창단이 안산시립합창단과 함께 연주하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도 이스라엘의 압제와 해방을 노래한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기초한 것으로, 이집트에 불어닥친 재앙과 홍해를 건너는 장면 등이 묘사된 서사음악이다. 오페라 못지 않는 극적 감동을 자아낸다. 1986년 같은 해 대우합창단(지휘 윤학원)이 호암아트홀에서 두 대의 피아노 반주로 국내 초연했으나 오케스트라 반주로는 처음이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9월 8일 오후 7시30분 여의도 KBS홀, 지휘 김덕기, 테너 이원준,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02-587-5111.

◆나부코=10월 5~9일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휘 다니엘 오렌,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합창단.의정부시합창단, 바리톤 보리스 스타첸코, 김승철(나부코 역), 테너 강무림.이재욱(이스마엘레 역), 베이스 양희준.함석헌(자카리아 역) 등. 02-586-528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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