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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씨 살인사건 "사형"이 파기되기까지|미 사회 인종차별 벽 깬 60만 재미교포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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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철수씨가 이른바 옥중살인사건인 제2사건에서도 원심파기판결에 따른 재심명령을 받음으로써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될 날이 눈앞에 다가섰다.
낯선 이국 땅에서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쓴 채 10년째 옥살이를 하고있는 이씨 사건은 그 동안 미주 60만 한인교포의 인권운동으로까지 발전, 미국 법조계와 교포사회의 큰 관심사로 귀추가 주목됐었다.
이씨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갱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82년 9월 3일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서 배심원 전원일치의 무죄평결을 받아 혐의를 벗었으나 제2사건이 계류되어 있어 석방되지 않았으며 이번 항소법원의 재심명령에 따라 10여 년에 걸친 법정투쟁이 막바지에 달하게된 것이다.
14일 내려진 새크라멘트 제3지구 항소법원의 재심명령은 지난 80년 8월 이후 연기됐던 제2사건의 판결이다.
이 판결은 이씨 제2사건의 1심이 오판이었기 때문에 원심을 백지화하고 재심을 명령한다는 내용. 이 판결은 재심명령의 근거로△판사가 재판과정에서 배심원에게 주는 지시사항 가운데 법을 위반한 것이 있고△재판에 채택될 수 없는 증거들이 채택되었다는 2가지 결정적인 결함을 들었다. 이 같은 항소법원의 재심명령으로 이씨의 제2사건은 법정으로 되돌아가 앞으로 검찰이 재기소를 해야 공소유지가 되며 기소를 포기하면 이씨는 무죄확정으로 석방된다.
검찰의 기소시효기간은 항소법원의 재심명령이 떨어진 1월 14일부터 60일 이내로 오는 3월 14일까지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이씨 후원회(회장 유재건)와 변호인 측은 검찰이 재기소 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후윈회와 변호인 측은 당초 제2사건 기소과정에서 나타난 엉성한 증거와 사건발생 후 시간이 오래 경과했다는 점에서 재기소하더라도 증인채택 등 증거보강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제2사건에 대한 법정투쟁이 제1사건 때보다 수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또 미국 사법제도의 판례에서도 이씨와 같은 경우가 있다고 지적, 제1사건이 없었더라면 제2사건도 일어날수 없다는「상황론」을 적용, 무죄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낙관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이 같은 법적 상황에 따라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후원회와 변호인 측은 일단 제2사건 원심파기에 따라 이씨가 미결수가 되었기 때문에 보석신청을 할 계획이며 보석금은 인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 후원회장은 『제1사건 무죄평결에 이어 제2사건의 재심결정은 이씨뿐 아니라 전 한인교포의 승리』라면서 마지막 재심투쟁에서 승리하려면 미주 교포사회는 물론 고국동포들의 성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우선 보석금 마련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일 계획이며 이에 대한 미국교포들의 적극적인 성원을 당부했다.
후원회는 재심에 대비, 지난번 제1사건을 맡아 수훈을 세웠던「스튜어트·헬론」변호사와 「로니·쉘」변호사를 다시 변호인으로 선정했으며 이씨의 무죄를 위해 무료로 자원해서 변호활동을 해온 일본계 3세「야마따·랑꼬」(산전낭자)변호사 등 동양계 변호사들이 재심 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사건은 78년 초 새크라멘트에서 발행되는 새크라멘트 유니언지의 한국인 기자 이경원씨가 우연히 발견,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됐다.
미국인과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12세 때 미국에 건너간 이씨는 갓 스물이던 73년 6월 3일 하오 7시30분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계 갱단 와칭파 두목 임이택(32)이 3발의 총탄을 맞은 피살 체로 발견되면서 그 범인으로 체포됐었다.
이씨는 사건현장에서부터 10m 떨어진 한국인 식당에서 권총과 실탄을 갖고 있었고 8명의 목격자중 백인 1명이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사건당시 중국계 대학생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고 친구도 함께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내세웠으나 무죄를 입증하기에는 인종차별의 벽이 너무 두터웠고 흉기소지와 전과의 약점도 있었다.
검찰은 피살자의 몸에서 나온 총알이 이씨 권총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이씨가 정신병원을 전전한 경력과 마약사용, 절도전과 등이 있음을 내세워 진범으로 단정했으며 스택튼 지방법원은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것이 이른바 제1사건이다. 제2사건은 77년 10월에 발생했다. 흉악범 감방에서 복역하던 이씨는 백인 우월주의자인 갱단 두목「무리슨·니드햄」이 칼을 휘두르자 이를 빼앗다가 그를 찔러 죽인 것이며 79년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씨는 당시 상황이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1사건은 지난해 9월 3일 재심에서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의 12명 배심원 전원이『범행의 확증이 없어 무죄』라고 평결함으로써 이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제2사건은 이에 앞서 79년 1월 15일 스택튼 법원에서 재판이 열려 그해 5월 14일「파파스」판사가 사형선고를 내렸으나 이씨 측이 항소, 샌프란시스코 항소법원에 넘어갔다가 그 동안 제1사건의 결말이 나지 않아 7차례나 재판이 연기됐으며 이번에 원심파기에 따른 재심명령이 내려진 것이다.【로스앤젤레스=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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