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100대 드라마 ⑧기술진보] 72. 건설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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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건설이 중동 두바이에 짓고 있는 160층짜리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조감도.

우리 건설업계에는 지난해 12월 큰 경사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중동 버즈두바이빌딩(160층)의 공사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따낸 것이다. 내로라하는 세계 30여 개 건설사가 1년 남짓 치른 피 말리는 수주전에서 우리 업체가 승전고를 울렸다.

이는 세계 건설업계에 이변이었다. 특히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101을 건설한 일본 업계엔 충격이었다. 건설 기술의 나이로 치면 이제 갓 불혹을 넘긴 한국 업체에 시공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빌딩이 완공되는 2008년 말이면 우리 건설회사가 세계 건축사의 한 장을 새로 쓰게 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정해길 부사장은 “세계 건축사의 기념비적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 건설 기술이 40년 만에 눈부시게 성장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리 건설산업은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올해 건설 수주액이 88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건설 기술의 발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숀 코너리와 캐서린 제타존스가 숨막히는 액션을 펼친 영화 ‘인트랩먼트’에서 선보인 세계 두번째의 마천루 말레이시아 KLCC빌딩(88층ㆍ452m)과 이라크전쟁 뉴스에 나왔던 아부그레이브 고속도로도 우리 기술로 만든 작품이다.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은 “설계 등에선 선진국에 못 미치지만 공사 기간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고, IT산업을 건설 기술에 접목한 것도 우리 건설 기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 건설 기술은 6ㆍ25전쟁 이후 국토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움텄다. 초기엔 미군 발주 공사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엔 건설업이 토건업ㆍ청부업으로 불릴 정도로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국토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건설 기술은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70년대 들어 국토종합계획에 따라 전국 고속도로망과 지하철 건설이 시작됐고, 4대강 유역에 대한 다목적댐 사업도 건설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해외 건설은 건설 기술 발전의 일등공신이었다. 우리 업체들은 65년 태국의 고속도로공사(현대건설)를 시작으로 40년간 100여 개국에 진출해 20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마무리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선진국이 난공불락의 성을 쌓고 있던 태국 현장에 우리가 투입한 장비는 국내 도로공사에 쓰던 재래식이 전부였다. 최신 장비를 구입해도 쓰는 법을 몰랐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딛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건설 기술은 눈부신 도약을 거듭했다.
90년대부터는 주택 200만 가구 건설계획에 따라 아파트를 중심으로 건축 기술이 발전했다. 요즘에는 초고층빌딩ㆍ플랜트(산업설비) 등 최첨단ㆍ고부가가치 분야에서도 기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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