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봉급 상납해야 상경"|풍문만발…철도청 인사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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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3년 철도청이 발족된 이래 처음이자 철도 84년사상 전례가 없는 청장구속의 오직사건에 휘말려 철도청은 초상집같은 침울에 싸여있다.
직원들은 오직의 내용에 인사를 둘러싼 상하간의 금품수수가 들어있었다는 점을 더욱 「뼈아픈 불명예」로 느끼면서 한편으론 지금까지 인사가 있을때마다 나돌던 잡음이 「아니 땐 굴뚝의 연기」만은 아니었다는 데서 너나 없이 허탈한 표정들.
안전청장은 68년 소령으로 군에서 예편한 뒤 철도청장 비서관으로 철도에 들어가 13년만에 철도사령탑에 앉았는데 재산이 너무많아 검찰수사에서도 이 축재과정의 해명이 문제가 됐던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적인 적자와 승객감소의 사양길 철도가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같은 「상납인사」의 고질적인 비리풍토부터 쇄신해야 할 것으로 믿고있다.
철도청의 인사부조리. 그 배경을 알아본다.
이번에 안청장에게 1백30만∼3백만원까지 돈을 준것으로 알려진 나리역장 김행내씨(50)나 수원역장 권태문씨(43), 철도기술연구소장 변상만씨(47)등은 모두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한 사람들.
5급(사무관)에서 4급(서기관), 4급에서 3급(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일은 특히 철도청에선 바늘구멍뚫기의 경쟁이다.
그 경쟁을 통과하는 수단으로 또는 그같은 경쟁을 통과시켜준 사례로 인사권자에게 『돈을 써야한다』는 얘기가 철도주변에선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아왔다.
구속된 안청장외에도 전임청장 A씨가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사표룰 냈다. 또다른 전임청장 B씨는 부인이 수금책(?)으로 소문이 났었다. 상당한 축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6급이하 직원은 지방철도청장등 소속기관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5급이상은 청장이 인사권자.
전임 안청장은 인사문제엔 「전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청 인사에서 특히 잡음이 많은 것은 사무관에서 서기관, 서기관에서 부이사관 승진과 사무관·서기관의 전보.
사무관 C씨는 몇해전 『50만원만 갖다주면 승진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차마 돈을 싸들고 찾아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C씨는 아직 10년째 사무관이다. 누구는 돈대신 10돈쭝짜리 행운의 열쇠를 가져갔다는 풍문도 들었다고 했다.
전청장 모씨는 서울역 그릴 벽에 걸려있는 청전 이상범화백의 그림을 상납받아 집안 깊숙이 숨겨놨다가 들통나 목이 달아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철도청 직원사이에 심심챦은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청전그림의 값어치를 몰랐던 역대 서울역장들이 그걸 벽에 걸어둔채 먼지때가 끼여 청전의 낙관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된 상태였으나 새로 부임했던 서울역장 B씨가 진가를 알아내 2폭중 한폭은 청장에게 상납하고 나머지 한폭은 자기집에 갖다두고 시중에서값싼 그림을 사 대신 걸어두었던 것.
그러나 이를 알아낸 X모씨가 청와대에 이 사실을 투서했던 것. 이를 알고 노발대발한 박정희대통령이 청장에게 『그림 제자리에 갖다놓을것』이라고 쓴 짤막한 친필을 보내 이를 받고 기겁을 한 청장이 그림을 원위치에 갖다놓았으나 얼마못가 해임발령 되기도 했다.
전국 5개 지방청산하에 5백86개역과 73개 열차·기관차·객화차·보선·전기등 각종 사무소, 4개공작창, 4개 건설사무소등 전국을 일터로 가진 철도청은 다른 기관에 비해 상급관리직의 정원이 적고 지방근무가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바로 이 승진기회의 한정과 지방근무가 철도인사 부조리의 구조적 원천이다.
현재 공원·일용직등 6천여명을 뺀 공무원 신분의 철도청 직원은 3만4천8백60명. 이중 관리직이 될수없는 기능직 2만6천3백74명등을 뺀 일반직은 6천6백14명이다.
이들의 직급별 TO를 보면 ▲2급 14 ▲3급 10 ▲4급 1백94 ▲5급 5백8 ▲6급 2천8백73 ▲7급이하 3천15명으로 되어있다. 5급에서 4급, 4급에서 3급사이가 특히 가파른 고개다.
TO상으로 만도 19.4대1(4급-3급)의 비율을 보이고있는 경쟁은 장기근속자의 누적으로 더욱 치열해진다.
현재 6년이상된 사무관이 l백79명, 서기관이 89명이며 그중 11년이상 사무관·서기관직에 있는 사람도 각각 62명, 20명이나 된다. 이들이 힘겨운 경쟁을 통과, 승진을 하게되면 지방근무를 나가야한다. 최소한 1년이상을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역장이나 소장등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l년이 지나도 서울에 꼭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지방에서 지방으로 떠도는 신세가 될수도 있다.
서울에 생활근거를 둔 사람에게 지방근무는 일종 유배나 다름없다 .『××는 이번에 ×백만원을 쓰고 1년6개월만에 서울로 올라갔다』『1년치 월급을 갖다주면 1년 먼저 서울로 간다.』인사가 있을때마다 이런 소문이 나돈다. 각 사정기관에는 이런 풍문을 고발하는 투서나 진정이 줄을 잇는다.
철도에서 요직으로 치는것은 돈을 많이 만지는 현업부서나 지방이라도 서울에서 가까운곳. 2천억원짜리 호남선복선공사를 집행하는 철도건설국은 이번에도 가장 큰 부정의 온상으로 드러났다. 그런 자리에 가고 지키기 위해 인사를 하고 또 그것을 기회로 자신도 더 많은 몫을 챙긴것이 드러났다.
철도청의 한 간부는『공정한 인사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는 부하가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정성을 표시하는 것은 있을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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