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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현실」의 틈바구니 속 정책정당 꿈을 가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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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창당 2돌 맞은 민정당의 발자취
15일로 창당 3년째를 맞는 민정당은 지난 2년간의 업적과 기반을 토대로 이제 85년 선거에 대비한 본격적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다.
민족·민주·정의·복지·통일의 5대 이념을 내걸고 구정치질서의 철저한 붕괴를 배경으로 출범한 민정당은 창당 불과 2년만에 l백만 당원과 의석의 9분의5를 차지하는 우리 나라 최대의 정당으로 성장했다.
다당제의 새 정치판도에서 민정당의 당세는 다른 모든 야당들을 합친 것 이상으로 크고, 스스로 내세우는 구호대로 정국을 주도해왔다. 그동안 전체 정치자금 중에서 민정당이 90%를 썼다는 사실이 현 정세에 있어서의 민정당의 비중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개혁과 새 시대를 주도하는 책임정당. 정권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정당을 표방하고 출범한 이래 민정당이 걸어온 발자취는 꼭 순탄했다고 만 할 수는 없지만 10·26이후의 혼미했던 정국을 안정시기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확립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민정당 스스로는 새 시대 새 정치상의 추구과정으로 설명한다.
또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민정당은 당 우위론, 또는 당 책임론이란 논리를 전개하면서 과거와는 다론 패턴을 보여주었다.
선거가 끝나면 정당이 정권유지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던 구 여당과는 달리, 확실히 오늘날 민정당은 행정부의 많은 정책에 입안단계부터 협의를 하고있으며, 실명제의 연기에서 보듯 각종 정책에 당 의사를 강력히 반영하고 있다.
또 하나 민정당의 두드러진 노력은 당원교육이다. 지난 2년간 1백만 당원(전체유권자의 5%)중 96만 명에 대한 교육을 끝냈다. 당원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선거에 대비한 득표기반의 확대라는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남북대결에 대비하고, 현실적으로는 모범시민을 창조하며, 당을 공조직 화한다는데 두고있다.
또 개혁선도를 자임하면서 단임 정신과 공인의식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깨끗한 정치, 자전자활을 위한 정치자금의 자체조달을 추구하는 것도 과거 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점이다.
이처럼 민정당은 2년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성장과 상당한 축적을 이룩한 것도 사실이고, 건강한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정당이 오늘날 흔들림 없는 궤도 위에 확실히 올라서서 스스로 실점한 목표를 향해 안전·쾌속의 항진을 하고 있다고 만은 말하기 어렵다.
우선 민정당은 아직도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방황하는 듯이 보이는 게 숨길 수 없는 일이다.「개혁」과「새 정치」라는 이상을 추구하는데는 불가피하게 현실의 제약과 애로를 수반하기 마련인데, 민정당은 창당 3년째를 맞는 이 시점에서도 아직 체중을 어느 쪽에 더 싣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듯 보여진다.
작년 말부터 당 간부들에 의해 새삼「개혁」이 고창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당이 처한 엉거주춤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거듭 강조되고 있는「개혁」을 위한 실천적 프로그램의 마련과 제시는 민정당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민정당이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고민은 인적구성의 취약성이다. 10·26이후 혼란기에「동참」「총화」만을 명분으로 엄격한 심사 없이 작위로 각계를 망라해 모은 구성원들에게 동질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감의 공유가 어려운 만큼 토론도 어렵다. 잠재적인 중구난방의 가능성을 권익현 사무총장은『당의 운영이 느슨해지면 곧 백화제 방식이 되고, 약간 긴장하면 일체 표현이 없는 침묵의 바다가 된다』고 표현했다.
이런 인적구성은 당정협조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도 저해요인이 되고있다. 당이 정책을 주도한다지만 아직은 행정부를 끌고 갈 만큼 충분한 능력과 인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또 지난 2년간의 당직, 국회요직이 백지상태에서 임명된 데 반해 전당대회를 전후한 후반 인사에서는 개인간 능력평가작업이 보다 광범하고 엄격하게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본적인 인사쇄신은 다음선거 공천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현역의원의 대거 탈락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정당은 또『당내 민주주의가 약하다』는 인상을 씻는데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현대 정당의 실두적 결정과정은 불가피하지만 당이 자부하는 당내의 다양한 인재들의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수용하는 노력은 적어 보였고, 당 운영이나 기구에서도 하의상달의 채널은 활발치 못한 편이다.
우리 나라와 같은 정치풍토에서는 조직이 크면 클수록 쉽게 관료화하며, 부단히 노력해도관료화의 경향은 막기 힘들다.
당이「침묵의 바다」가 돼서는 안 된다. 기강확립과 조직의 활력, 또는 당내 민주주의라는 일견상충 되는 듯한 명제를 민정당은 좀 더 유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제 2년이 지난 만큼「신생」을 이유로「미숙」과「시행착오」를 변명하기는 어렵게 됐다. 보다 원숙하고 세련된 자세로 민정당은 이와 같은 모든 과제를 추구해야 한다.
더욱이 정계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생각하면 민정당은 우리정계의 전체「모양」이 어떠해야 할지, 타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도 깊이 생각해야할 것이다.
시간이 감에 따라 그들의 업적을 단순히 유신하의 구정권의 그것과 비교할게 아니라 비교기준을 차차 격상시켜 나가야만할 것이다. <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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