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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지 6∼12시간 수정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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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첩보위성 코스모스 1402호가 인류에 위협을 주고있는 것은 이 인공위성이 단순히 핵 원자로를 적재했다는 것보다는 지구에서 너무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다는데 있다. 미 항공천문연구소 대변인「제리·그레이」 는 『소련이 그들의 위성을 너무 낮은 궤도에 쏘아 올리기 때문에 손상되기 쉽고 이에 따라 핵 연로가 완전 소실되기 전에 지구로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위성을 대기권 상층부의 영향이 거의 없는 높은 궤도로 쏘아 올리면 궤도를 무한정 돌 수 있기 때문에 마치 달처럼 지구와는 무관한 위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스모스시리즈에서 보여준 소련위성들은 심지어 지상 약1백60km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인공위성이 발사된 후 5∼6개월이 지나면 연료가 거의 바닥나 지상의 통 채로 분해되면서 원자로부분은 8백∼9백60km고도로 재 발사되어 최소한 수백 년 동안 지구로 되 돌아올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이 과정에서 마지막 통제기능이 고장을 일으키면 코스모스954호나 이번의 1402호와 같은 운명을 맞게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도 소련이 주로 쓰고있는 우라늄 235대신 플루토늄 등 방사능 찌꺼기를 남기는 연료를 사용하고는 있으나, 안전고도 이상의 궤도에 올려놓기 때문에 위험은 적은 편.
소련처럼 지상 가까운 궤도에 발사하는 인공위성에는 핵연료 대신 태양열 전지를 주로 쓰고있다.
미국은 이미 70년대부터 핵연료 사용을 절제하기 시작, 달 탐사선이라든가 목성·토성 등 외계의 행성에 관한 자료 수집을 위한 우주선에만 핵연료를 쓰고 태양에너지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구주변 궤도에서는 태양전지만을 쓰고있다.
코스모스1402호의 추락이 소련당국에 의해서도 시인되자 한국을 비롯한 미·일·영·호주 등지에서도 비상체제에 들어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 등을 마련 중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과학기술처를 중심으로 지난10일 대책위원회를 구성, 정보수집에 나서는 한편 6개 지방 방사능 측정소에 비상 근무령을 내렸다. 내무부 측도 유사시 대피지침을 마련, 일선행정기관과 민방위대원 행동요령 등을 전국에 시달했다. 미국은 긴급 핵 조사팀 (NEST)북미방공사령부 (NORAD) 연방비상 관리청(FEMA)등 관련 기관에 비상을 내리는 한편 국방성에서는 전세계 16개소에 있는 인공위성추적기지를 통해 코스모스의 추락과정을 면밀히 추적하도록 했다.
한국에도 1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공위성추적기지에서는 6∼12시간 전에 정확한 추락지점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한편 미 국방성은 12일 코스모스 1402호는 현재 하루 3∼5km씩 고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24일을 전후하여 북반구에 추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NORAD에 따르면 핵연료 적재유무에 관계없이 코스모스 1402호처럼 지구 주변의 우주를 표류하고있는 물체는 약4천8백 개이며 이중 3분의2는 인간이 만든 로키트 폐기물,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떨어져나간 추진 로키트 등이며 이들은 모두 지구중력과 비행물체자체의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영구적인 궤도를 돌고있다.
이 우주표류 물들은 대개 지상 9백km쯤의 궤도를 돌면서 이 궤도에 진입하는 유성(유성)과 부딪쳐 조각나버리기도 한다. 우주폐기물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10%나 늘어났다. 무서운 것은 부서진 작은 조각으로 그 속도는 총알보다 30배나 빠른 초속 10km나 되며 두꺼운 철판도 쉽게 뚫는 힘을 갖고있다.
인공위성끼리의 충돌 위험성은 극히 적지만 미 항공우주국 (NASA) 은 지난 81년5월14일 기상위성(GOESSE)를 발사당시 소련 우주열차 살류트4∼6호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발사시간을 늦춘 적도 있다.
우주과학에서 앞으로 남은 과제중의 하나는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일.
이 분야의 전문가인 「도널드· 케슬러」(NASA소속)는 언젠가는 가능하겠지만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위성은 매우 부서지기 쉬운 물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이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만한 장치는 없다.
NASA는 최근 우주왕복 선에서 캐나다 측이 제작한 모형 팔을 이용, 그 같은 득점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강한 위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홍함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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