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이중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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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결합 승인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잣대가 이중적이어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가 겉으로 내세우는 기준은 '공익성'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이득 여부'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기업결합심사의 후생기준과 효율성 증대 효과의 판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공정위 규정은 기업결합 심사를 할 때 생산.판매.연구개발의 효율성은 물론 고용증대.지방경제 발전.관련산업 등 전체 국민경제적 효과, 즉 공익적 측면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정위가 몇몇 기업결합 심사에서 적용한 기준은 '소비자 잉여 기준', 즉 '기업결합에 따라 소비자에게 얼마나 이득이 돌아갈 것인가'에만 치우쳤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이런 사례로 지난해 말 삼익악기-영창악기 인수합병, 1999년 OB맥주-진로쿠어스맥주 인수 건 등을 들었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결합에 대해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거나 조건부 승인을 했는데, 한경연에 따르면 이는 공정위가 스스로 명시한 '공익적 기준'을 고려치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삼익악기-영창악기 결합은 기술력 향상 및 수출에 도움이 되는 '공익성'이 있었음에도 공정위는 '소비자 이익'이라는 잣대만 적용했고, OB맥주-진로쿠어스맥주 건은 고용보장이라는 공익성에도 제품가 유지라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한국은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경쟁 보호' 자체보다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정위 정책이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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