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정책의 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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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부가 7일 발표한 올해 임금조정방안은 몇 가지 점에서 경청할만한 것이 있다.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졸사원 초임이나 고위관리직의 임금은 가능한찬 인상을 억제하고 전반적인 임금조정은 노사협의에 따라 자율 결정토록 했으면 좋겠다는 권고는 무리가 없다.
올해 임금조정 방향에 대해서는 전경련과 경영자 총 협회가 사용자의 의견을, 노총이 근로자의 경우를 각각 밝힌바 있어 앞으로 협의과정을 통해 임금인상폭이 결정되는 과점만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임금조정의 기준은 안정과 성장의 조화라는 우리의 경제운용 원칙에 맞추어 대폭적인 상승률은 자제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 뜻에서 올해 공무원의 평균인상솔 6%는 중요한 뜻을 지닌다.
노사가 모두 물가안정으로 실질임금을 보장해야겠다는 성숙한 의식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올해 임금조정은 무난히 매듭을 지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의 권고가 없었더라도 대졸초임의 동결문제는 기업, 특히 대기업들이 한번 신중히 생각해볼 문제다.
한 때 인력확보를 내걸고 대졸초임인상 경쟁을 벌였던 것이 과연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었을까.
78년의 이상과열 경기를 타고 무모한 초임경쟁이 촉발됐고 다시 81년에 재연되어 임금체계를 흔들어 놓았다.
80년 기준 대졸초임이 평균 20만원 선을 약간 웃돌던 것이 81년에 25만원 선에 이르러 약 2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대졸초임이 50년에 1만엔 선에서 초년에 12만엔 선으로 30년간 12배, 연간평균 약9%의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대비하면 우리의 대졸초임이 단시일에 급격한 상승을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우리의 81년 평균임금상승률 16·1%었던 것과 비교해도 대졸초임 경쟁의 무모함이 나타난다.
대졸초임의 급상승은 기존 근로자의 임금체계마저 혼란에 빠뜨려 호봉 차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전체 임금수준마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대졸초분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것은 전체 임금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임금문제를 다룰 때 또 하나 고려해야할 것은 임금이 획일적으로 평준화해야만 한다고 하는 주장의 허구성이다.
임금격차의 수정은 각 산업이 생산성을 올림으로써 노동분배율을 올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이며 하후상박이나 타 산업 또는 직종·직급의 임금을 깎아 내림으로써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시장경제 아래서는 산업간의 성장성에 따라 시장점유 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근로자 개개인으로 보아서도 기술수준, 숙련도, 연공서열 등으로 임금에 격차가 생긴다.
이는 시장경제의 다양성에 의해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경제구조의 다양성, 각 근로자의 능력에서 오는 임금의 격차가 각 개인의 자기향상 노력을 자극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로 연결되어 시장경제규모가 확대되어 가는 것이다.
자본주의경제의 강점은 바로 시장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발휘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구조에 획일성을 도입하려는 발상은 위험한 것이며 근로자의 자기개발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올려서 노동분배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임금정책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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