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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 'Full Frontal P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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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Full Frontal PR'/리처드 레어머.마이클 프리치넬로 지음/이주형 옮김, 세이 북스, 1만3천원

경제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기사 부탁을 많이 받는다. 기자 입장에선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광고보다 '기사 한 줄'이 더 효과적이라며 기사 게재에 매달린다.

이런 상황을 잘 짚어낸 책이 지난달 21일자 본란에 소개된 '마케팅 반란'(알 리스.로라 리스 지음)였다. 마케팅 패러다임이 광고(廣告)에서 홍보(弘報.PR)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는 오히려 광고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이제 그 대안은 PR라는 것이다.

'Full Frontal PR'는 바로 이 PR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신문 및 잡지기자와 홍보 전문가로 일했던 저자들이 실제 사례들을 적시하면서 제시하는 PR 전략은 고개를 끄덕이기에 충분했다. 기자들의 생태를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은 얄미울 정도다.

그러면서도 언론의 사명과 홍보 담당자의 임무가 충돌하는 지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도덕적 원칙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홍보 전략을 짜라는 충고는 인상적이었다.

저자들은 '성공과 실패는 바로 입소문에 달렸다'고 말문을 연다. 입소문이란 현대의 미디어 중심 사회가 만들어 낸 중요한 광고 선전의 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하찮은' 루머로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세상이다. 멋진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내는 게 입소문 전략의 출발점이다.

이제 기자들을 다루는 방법이다. 기자들도 기삿거리와 마감시간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하나 더 알아둬야 할 점. 제대로 된 기자라면 믿을 만한 소식통보다 기자로서의 도덕률을 더욱 중요시한다. 기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에 기초해 뉴스거리를 검토하며, 당신의 이야기도 공평무사하게 다룬다는 의미다.

이 점을 명심하고 솔직하고 분명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좋은 PR 담당자다. 대신 절대 거짓말하거나 부풀리지 마라. 기자들은 매우 세심해 냄새맡는 사냥개처럼 철저히 조사한다.

저자들은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다섯가지로 정리한다. ①예의를 지켜라. 미디어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들을 존중하라. ②기자를 상대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라. ③절대 과장하지 마라. ④절대,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마라. ⑤언제나 약속한 것은 즉각적으로 후속 조치한다.

다음은 뜨는 방법이다. 신문과 잡지의 발간 시점 차이를 고려해 접근하는 법, 특정 언론에 독점 취재권을 줄 때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 등이다.

이어 미디어 구워삶기에서 무시하면 큰코 다치는 미디어 홍보에 관한 27계명을 제시한다. 기자에게 절대로 뇌물을 주지 마라, 경쟁 신문이나 경쟁 잡지에 방금 실린 내용을 홍보하지 마라, 절대로 '모른다'거나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등등.

저자들은 특히 자기 자신을 기자들에게 '소스 파일링(source filing)'시킬 것을 권한다. 자기를 다양한 주제에 정통한 전문가 내지 소식통으로 인식시키자는 것이다.

소스 파일링의 핵심은 당신 뿐만 아니라 당신이 기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기자들이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소스파일링 전략과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이밖에 인터넷을 활용한 PR 전략도 등장한다.

이처럼 훌륭한 PR 전략을 세우면 사업이 성공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좋지 않은 품질의 PR 전략은 거짓말이나 과장일 뿐이고, 그로 인한 참담한 결과는 오래 간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홍보 담당자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미디어 환경이 다르다고 주장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기자의 답은 '노'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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