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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체 성장호르몬도 양산단계|생명공학의 선두주자 미 지넨테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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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판 연금술인 생명공학을 최초로 기업화시킨 지넨테크사-그래서 지넨테크는 생명공학의 대명사로 통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북쭉으로 5∼6분을 달리면 유전공학의 1번지 지넨테크사 건물이 나온다. 베이지색의 자그마한 2층건물은 아무런 특징도 없고, 게다가 그 흔한 주차장이나 점원마저도 없이 일반 사무실빌딩같은 모습을 하고있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이곳 경공업단지에는 지넨테크이외에 각종 생산시설과 연구시설들이 들어서있다. 이같이 눈에보이는 분위기와는 달리 지넨테크는 무형의 이점을 안고있다.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가 그것이고 유전공학연구에서 세계의 첨단을 달리는 스탠퍼드대학과 버클리대학을 20∼30분 거리안에 두고 있는것도 큰힘이 된다.
유전공학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에는 현재 3백여개의 회사·연구소가 앞다투어 새로운 제품·기술개발을 경쟁하고 있다. 곧 엄청난 제품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회사가 지넨테크사다. 76년설립후 해마다 몇배씩 규모가 커져서 이제는 직원이 4백여명. 이중박사학위 소유자만 80명에 이른다.
현재로서는 로열티수입 말고는 직접 생산제품이 없어 수지가 잘안맞는다. 그러나 유망한 장래성을 내다보고 투자가들이 몰려들고 굵직한 제약회사들도 다투어 생산판매권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박사 80여명 모여>
지넨테크가 첫 개발한 제품 휴뮬린(유전공학으로 생산한 휴먼·인슐린에서 따온 약품명)은 지난해9월 영국에서 먼저 시판을 시작했고 까다롭고 신중하기로 유명한 미국식품의약국(FDA) 도 드디어 지난10월 신약판매허가를 내렸다. 미국내에서는 연초부터 판매될 예정.
당뇨병 치료에 하나뿐인 인슐린은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한다면 환자 1천5백명의 1년치 약인 1kg을 얻으려면 소와 돼지 4만7천마리를 잡아야 하고 미국내 당뇨병환자 1백70만명의 1년치 인슐린을 구하려면 5천6백만마리를 잡아야 했었다.
그사이 도살장에서 췌장을 떼내서 냉동·운반·추출·불순물제거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DNA재결합과 박테리아의 조작으로 쉽게 양산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지넨테크가 이미 개발해 테스트중인것은 인체 성장호르몬, 항암제인 인터페론, 소(우)성장호르몬, FMD(소·돼지·양의 발굽병) 백신, 뼈 성장을 돕는 칼시토닌, 바이러스병과 종양에 효과가 있는 섬유아세포 인터페론, 면역 인터페론등 인터페론의 여러종류, 뇌혈전치료제 TPA, 혈액소모를 대신해주는 알부민, 돼지 성장호르몬, 소 류코사이트 인터페론등이라고 안내를 맡았던 홍보담당 「셜리·클레이턴」여사는 말한다.
이중에서 휴뮬린에 이어 두번째로 시장에 나올 예정인것이 인체 성장호르몬. 현재 대량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나 FDA의 허가만 남아있는 단계라는것. 다음제품인 인터페론은 아직 대량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지 못해 시판까지는 1년정도가 더 걸릴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페론 곧 시판>
지넨테크는 그동안 의약품 개발에 집중해왔으나 81년부터는 산업생촉매부를 신설, 미생물 유전자연구에 박차를 가해 식품가공·화공품제조·연료생산들을 가능케하는 새로운 효소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수백개의 유전공학회사 중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있는 이회사는 자본가와 과학자가 만나 학문적연구와 이의 산업화를 잘 융화시켜 나가는 모델케이스. 「로버트·스원슨」(34) 이란 자본가와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교수로 DNA의 권위자인 생화학자 「로버트·보이어」박사(46)가 맨주먹으로 시작했던 지넨테크는 인슐린과 인터페론 개발성공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폭등, 부사장인 「보이어」박사는 찬밥만 먹던(?) 생물학자에서 DNA로 일약 백만장자로 올라선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20세기 마지막 기술혁명으로 평가되는 DNA 조작으로 생명의 신비를 풀고 영약을 만들어내는 회사답지 않게 지넨테크는 별로 크지도 않다. 2층건물속에는 20평내지 30평짜리 실험실만 다닥다닥 붙었고 두세개 있는 대형실험실만 없으면 보통 학교 연구소나 다를바가 없다.
실험실끼리 공동실험하고 토의·분석하는 분위기도 학교와 똑 같다는 것이다.
회사의 부서·이름도 생물학부·유기화학부·분자생물학부·단백질생화학부·산업생촉매부·임상연구부등 아카데믹한 이름이다. 품질관리부·생산부·마케팅부가 있어서 제조회사 같은 인상을 조금 풍길뿐이다.
지넨테크는 다음 제품인 인체성장호르몬은 자체생산으로 지넨테크의 레이블을 붙여 시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천평짜리 공장도 길 건너편에 별채로 지어놓았다.
부사장 「보이어」박사는 『DNA재결합 기술을 이용하면 세상에 안되는것이 없는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완성단계에 있는것은 의약품의 경우 종래에 있던 약의 순도를 높이고 양산하는 정도이며, 육우 성장호르몬 같은것도 사료당 고기근수를 좀더 나가게하고 우유를 많이 나오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학교같은 분위기>
그는 『물론 슈퍼 새앙쥐 실험에 성공했고 농작물이 필요한 질소 영양소를 공기속에서 직접 흡수하는것이라든지 가뭄에도 전혀 지장없는 벼를 만들어 낼수도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코끼리만한 돼지라든지 고래만한 명태를 만든다는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현성은 거의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돼지가 코끼리만해지면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형이돼 유전학상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것이다.
여하튼 지넨테크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생명공학은 가공할 혁명적 기술임에는 틀림없는 것같다. 유전공학이 인류의 기본적 욕구인 건강과 식량과 에너지를 해결해주는 「미래의 충격」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이영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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