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력 증강 대비한 다각포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나까소네 방한의 외교적 의미 이호재
한일간 경협문제가 실무 선에서 대체로 타협된 상태에서, 일본의 신임「나까소네」수상은 그 첫 외교방문 국을 한국으로 정하고 한일정상회담 형식으로 그 외교적 성과를 최대로 드라머타이즈 하고있다. 이런 그의 결단이 그 정권의 정치 및 외교력을 신장하고,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임할 수 있는 기반구축에 도움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까소네」정권이 표방하고 있는 자주국방력과 방위비용 증강문제, 그리고 일본헌법개정 등은 일본의 국내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외교력이 뒷받침하여주지 못하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국제문제이기 때문에 그 정권의 장기존속여부는 사실상 외교력 신장여부에 좌우될 것 같다.
일본은 그 경제력에 비해 외교력이 매우 미미하여「외교부재」라는 평가조차 현재 받고 있다. 이런 외교력으로 일본의 방위력증강과 헌법개정 등 국제적으로 예민한 문제해결을 강행하면 교과서왜곡 사건의 경우처럼「일본군국주의」와「제국주의」에 대한 비난과 경계가 국제적으로 태풍처럼 제기되어 일본정부는 국내외적으로 곧 큰 시련에 빠질 것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무역침략」도 더욱 말썽이 되어 일본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본의 방위력증강, 혹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아시아방위분담 증대는 그 액수와 규모도 문제는 되지만, 그것 못지 않게, 특히 한국 등과 연결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그 액수의 단순한 증액자체는 그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에 일본은 방위력 증강 이전에 그런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외교력을 길러놓아야 할 입장에 있다.
새롭게 개편되고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라는 시각에서도 일본은 한일관계를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은 중공과 소련 등 동북아의 다론 강자들에게 기회 있는 대로 적극 접근하고 있다.
한편 중공과 소련도 근년에 확립되고 있는 내정의 개편과 정권교체로 하여 한국정부에 호의와 접근의 신호를 번번이 보이고 있다. 특히 소련관리가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대표로 파견되었고, 또 88년 올림픽에의 중공 및 소련 팀 참가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현실은 일본측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 등 서구국가와 동구국가들이 소련과 중공 등의 남북한 교차승인조차 종용, 중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일본도 대한관계에서 외교력을 기르지 않으면 그들이 얻고있는 고지와 이점을 잃을 위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나까소네」신 정권을 맞아 때늦은 감은 있으나 경제와 상업이익이 아닌 외교에 투자하기 위해 전후 처음으로 협상을 위해 수상을 한국에 파견하는 것 같다.
이번「나까소네」수상의 방한은 17일에 있을 방미외교를 위한 준비작업인 면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해방이후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는 2국 관계로 보다는 미국이 참여, 혹은 개입하는 3국 관계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이번의 한일교섭과 미일교섭은 상관관계를 갖고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외교행각에서의 재미있는 것은 일본수상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국문제를 먼저 이야기하고, 그후에 한국에 이야기하는 종전 패턴과는 달리, 이번에는 적어도 형식면에서 보면 한국을 방문하여 먼저 한국과 협의하고 그후에 미국에 가서 한국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 같은 점이다.
방위비 증가문제, 무역역조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문제를 협상해야할「나까소네」수상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경협문제를 매듭짓고 방미하는 것이 미국과의 외교교섭에서 유리할지 모르겠다. 한편 미국입장은 대한경협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에 더 많은 미국요구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나까소네」외교스타일은 적어도 한국과의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의 자주력을 행사하려는 그의 의지가 표방된 면도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어쩌면 이것은 새롭게 개편되고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에서 일본이 그 생태에 적응하기 위하여 자주적 외교력을 구축하려는 노력인 것 같다.
여하튼「나까소네」일본수상이 한일문제를 최우선의 외교과제로 생각하고 대한 관계개선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의 방한과 한일정상회담 때문에 교과서왜곡 사건 때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친일적인 무드가 이는 것은 극히 경계해야할 일로 믿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일관계에서 한국에 야심을 가진 일본의 인물들은 원래는 모두 친한 파, 혹은 적어도 지한 파였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앉고 있는 교과서 왜곡문제의 주역 중에는 친한 적인 극우파인물이 많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협문제의 매듭이외에 의제로 되어있는 동북아의 안정과 정세논의 중에 한국과 일 중공, 한국과 소련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일본의 외교적 지원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한국의 대 북방외교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 협력할 수 있는 외교체제의 구축방안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일본과 한국의 안전을 도모하고 북한의 도발성을 견제하는 외교력을 동시에 신장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대교수·정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