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래 맞춰 '막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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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인천전문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대학생 어울림 마당’.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응원단으로 인천을 방문한 북한 여학생이 노래를 부르자 남한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들은 한데 어울려 춤을 추며 우정을 나눴다. 박종근 기자, N-POOL경인일보 임순석 기자

4일 인천시 남구 도화동 인천전문대와 인천대 캠퍼스에서는 감동의 물결이 넘쳤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와 인천대 총학생회가 공동 주최한 남북 대학생 어울림행사에 제16회 아시아육상경기대회 응원단으로 방문한 북측 청년학생협력단 100여 명이 인천대와 인하대생 400여 명과 함께 네 시간 동안 신명나는 놀이 한마당을 펼쳤기 때문이다. 오전 9시30분 인천전문대 체육관 앞 광장. 흰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북측 대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반도기를 흔들며 통일을 기원하는 신명 나는 춤 한판을 벌였다.

북측 학생들의 춤판이 계속되자 흥을 이기지 못한 남측 대학생들이 끼어들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학생들은 이어 손을 맞잡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많은 시민이 박수를 보냈다.

잠시 후 북측 대학생들은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노래 공연을 시작했다.

'통일을 이루자' '심장에 남는 사람'등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를 부르자 남측 대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반도기를 흔들며 따라불렀다.

특히 북측 학생들이 리듬이 빠른 '청춘''준마처녀' 등을 부르자 남측 남학생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가 막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기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북측 여대생은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율동에 힘이 넘쳐나는 것 같다"며 박수를 보냈다.

남측 대학생들은 북한 학생들의 열정적 공연에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횃불 안무로 화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측 학생들은 남측 학생들과 어울려 '파도타기 응원'을 벌였다.

낮 12시쯤 공연을 끝낸 뒤 남북 대학생들은 인천대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같이했다. 이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식사 후 이들은 '통일기원 원년 2005'라는 글귀를 새긴 한반도기를 앞세워 기념촬영을 하며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눴다.

남측 학생들이 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육상경기대회 폐막식 참석을 위해 버스편에 오르는 북측 학생들에게 "다음에 다시 만나자"며 손을 흔들자 북측 학생들은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로 인사를 대신했다.

김일성종합대학교 학생 김영심씨는 "조국 통일을 위해서는 청년 학생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오늘 행사가 조국 통일의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천대학교 박호군 총장은 "이처럼 많은 남북 대학생들이 국내에서 만남의 기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이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남북 교류의 장이 자주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대는 북한 학생들에게 학교 방문 기념으로 드럼 한 세트와 전기기타 세 대 등을 전달했다. 북한 학생들은 한반도기에 '통일을 이루자''통일 6.15' 등의 글을 적은 손수건을 남측 대학생들에게 일일이 건넸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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