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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예」희곡입선작 <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나오는 사람
황노인-64세
순 난-16세
부안댁-42새
장선주-52세
순난엄마-37세
무당-54세
마을사람-남녀노소 고루

<무대>
갈매기 울음소리와 함깨 『에에용 에에용에에용 에헤헤해용』 배치기 노래 들린다.
서낭당 앞에 순난과 부안댁 고사상 차리고 있다.
황노인 담배 피우며 지켜보고 앉아있다.
황노인-저 소리 들은지도 벌써 십년이 넘었구먼.
순 난-그동안 뭣땜시 못띄웠어요?
황노인-<하늘 올려다보고>글쎄다.
순 난-어매, 어디 그런 대답이 있다요.
황노인-내도 뭐가 뭔지 몰라서 그려.
순 난-왜요?
황노인-말 많은 동네라서 그렇다고 허자
순 난-뭔 말이 그리 많았단 말여요.
황노인-우리집 망현것 땜시 그려재.
순 난-왜 동네 일이 우리집허고 연관되요?
황노인-<담담하게>그럴 일이 있어.
순 난-글씨, 그 일이 뭐내니깨요.
황노인-너는 몰라도혀.
순 난-지도 알고 싶구먼요
황노인-니가 알 일이 아녀.
순 난-왜 알아서는 안돼요?
황노인-그려.
순 난-그럼 더 알고싶구먼요.
황노인-어서 상이나 채려.
순 난-<갸우뚱대며> 참,요삼허대.
황노인-뭐가?
순 난-할아부지는 큰 걱정거리를 감추고 사는것 같어요.
황노인-내가 감추고 내놓을게 뭐있어.
순 난-아부지 지삿낱도 그려요.
황노인-지삿날 내가 뭘 어쩌서.
순 난-아부지 얘길 물으믄 왜 입을 다물어 버려요?
황노인-죽은 사람 얘길 혀서 뭘혀.
순 난-그리도 자식이 아부지가 워째서 크러코롬 됐는지는 알아야할 것아녀요?
황노인-니 애비 팔자지
순 난-팔자요?
부안댁-왜 그게 팔자 탓이다요.
순 난-아줌마는 알고 있나 뵈요?
부안댁-알다마다.
순 난-그련디, 왜 여지껏 한번도 얘길 안혔어요?
부안댁-니가 알면 뭤허것어.
순 난-할아부지나 아줌니는 어쩌 그리 똑 같다요.
부안댁-그 애길 헐라믄 끝이 없어.
순 난-중간 토막이라도 혀 봐요.
부안댁-참, 그것 고집도….
순 난-알고 싶은걸 어쩌요.
부안댁-어서 상이나 챙기자.
순 난-뭔 일이길래 그려요.
부안댁-젯상 앞에서 할 얘기가 아녀.
순 난-왜요?
부안댁-부정 타니께 그러제.
순 난-예?
부안댁-부정 탄다고.
순 난-아부지 얘기가 그리도 안좋은 얘기라요?
부안댁-니 아부지가 아니고, 니 애미여.
순 난-아부지 얘긴디, 왜 엄니 얘길혀요?
황노인-그만혀.
순 난-<혼잣말>참,이상허제.
부안댁-뭐가 그리 의심나?
순 난-할아부지요.
부안댁-할아부지가 어째서?
순 난-엄니 얘기만 나오면 저러니께요.
부안댁-그것이사 니 에미 말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서니깨 그러재.
황노인-그만두지 못하것어?
부안댁-언제든 알게될것 아녀요.
황노인-그 시답쟎은 소리 말어.
순 난-모다 다 아는가본디 알면 안될게 뭐다요?
부안댁-니가 안갈까봐 그러제.
순 난-지가 어딜 가는디요?
부안댁-니 에미한태서 편지 왔잖여.
순 난-편지가 왜 날 대려간디요.
부안댁-널 데리러 온다고 혔다믄서.
순 난-지는 안가요.
황노인-(단호하개)너는가야혀.
순 난-어잿밤도 얘기 혔지만, 지는 안가요.
황노인-가야혀.
순 난-한번 안간다믄 안가요.
부안댁-사실 말이쟤, 순난이 지 어미 얼굴도 모를텐디.
황노인-그래도 보내야 혀.
순 난-<신켱질적으로>안간다는디 할아부지는 왜 그려요.
부안댁-너도 니 에미 싫재.
순 난-몰라요.
황노인-지 핏줄인디 좋고 싫고가 어딨어.
순 난-어서 허뎐 얘기나 혀요.
부안댁-정 그렇다믄 혀야재.
황노인-그만 두라믄 그만 둬.
부안댁-<호소하듯>순난이도 이제 철 들었어요,
순 난-아줌니! 어서요.
황노인-<버럭>못 그만 두것어?
부안댁-어찌 그려요.
황노인-뭔소릴 허것다는 겨여?
부안댁-다 얘기 혀야지요.
황노인-쓰잘데기 없는 소리 그만두고 상이나 챙겨.
부안댁-<황 눈치보고>그렇게도 알고싶어?
순 난-그럼요.
부안댁-<소리작게>니 동네서 떠도는 소문 들었제.
순 난-뭔 소문을요?

<사이>
부안댁-모른게 좋을거다.
순 난-왜 알수없는 소리만 혀요.
부안댁-그럴테지.
순 난-어서 혀 봐요.
부안댁-<회고조로>니가 어렸을적 얘기여.
순 난-얼만큼이나요.
부안댁-그려니께 십 몇년전이지.
순 난-갓난애기 때것네요.
부안댁-그때 띠배를 띄웠어,
순 난-그러고 첨인가요?
부안댁-그런 셈이지.
순 난-그동안 왜 못띄웠어요?
부안댁-시방 그 얘길 헐라고 그려.

<잠시>
부안댁-니 아부지 지사가 어제잖여.
순 난-지사가 어젠디, 어째서….
부안댁-지사는 살아있는 날로 지내는기여.
순 난-그럼 십여년전 오늘.
부안댁-<최고조> 그려. 오늘이었지.
순 난-그때도 요렇게 요란했어요?
부안댁-이 보다 더 였어.
순 난-그리 큰 지사를 왜 여지껏 안지냈다요?
부안댁-<한숨>니 에미 탓이여.
순 난-엄니 탓이라고요?
부안댁-니 애미 고집만 아니었어도 아부지는 안죽었을 거여.
황노인-<소리친다> 아녀.
부안댁-아니진 뭐가 아녀요.
황노인-글쎄,아니라면 아녀.
부안댁-아자씨는 그년을 어찌 그리 감싸고 돈다요.
황노인-감싸고 도는게 아녀.
부안댁-뭐가 아녀요.
황노인=왜 괜한 사람 누명을 씌워?
부안댁-어찌 그게 누명이라요.
황노인-누명이제 뭐여.
순 난-<조심스래>왜들 그려요.
부안댁-<흥분해>이왕 말이 났응껴 말인디, 그년 땜시 동네가 요렇게 됐지 뭐여라우.
황노인-부안댁도 생각혀봐.
부안댁-뭘 생각혀요.
황노인-부안댁이 만삭이 돼서 배안애서 애를 낳게 생겼는디, 내 쫓긴다고 입장을 바꿔봐.
순 난-뭔 소리다요?
황노인-동네 굿을 헐라면 산기있는 여자는 뭍으로 보내야 한단다.
순 난-그련디요?
황노인-그런디 니 에미는 못나갔어.
부안댁-못나간게 아니라 안나갔단다
.황노인-참,답답혀,어떻 나가.
부안댁-배도 준비 했는디 왜 못나가요.
황노인-그때 풍랑이 얼마나 일었어?
부안댁-그리도 동네 일인디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황노인-이치에 맞게 살자는 것인디 뭘 잘못혔다는 거여.
순 난-<허탈하게>그럼, 우리 엄닌…,
황노인-니 애미는 죄가 없어.
부안댁-순난이 아부지가 왜 죽었는디오
황노인-그건 애당초 팔자가 그려.
부안댁-왜 그게 팔자속이다요?
황노인-그러믄 부안댁도 애밴 여자가 동네에 있어서 풀랑이 일었다는거여?
부안댁-그것이사 애들도 다 아는 얘기 아녀라우.
황노인-그러믄 왜 띠뱃제를 지내다 말은거여?
부안댁-용왕님이 노하셨는디 뭔수로 당혀요.
황노인-그러니깨 순난이 애비가 미친놈이여.
무안댁-순난이 아부지는 순난이 어미가 그리혀서,혼자라도 띠배를 띄우다 그리된것 아녀라.
황노인-그런디 왜 어미 잘못이여.
순 난-듣고븐깨 우리 엄니는 아무런 잘못이 없구먼요.
부안댁-너도 니 어미 역성드냐?
순 난-그게 어찌 엄니 잘못이당가요.지 변허고 싶을때 변허는게 바단디.
부안댁-아이구 속터져.
황노인-답답헌건 부안댁이여.
부안댁-<혼잣말>그러니께 다 키운 손녀를 뺏기재.
순 난-왜 뺏긴다는 거래요?
부안덱-니 애미한테로 간다믄?
순 난-누가 가요.
부안댁-데리러 온다그 했다믄.
순 난-지는 안간다고 했잖여요.
부안댁-니 애미가 오믄 달라질거다.
순 난-우리 할아부지는 어쩌구요.
부안댁-니 애미도 떠날때 널 어떻허냐고 혔어.
황노인-그때는 형편이 그러게 생겼어.
부안댁-시방 형편은 어떻고요.
황노인-하옇든 보내야혀.
노래소리-<무대 밖에서>『에에용 에에용 에에용 에헤헤헤헤용』
황노인-<소리친다>다 됐어?
마을사람-<무대뒤에서 소리친다>예, 다 돼가요.
황노인-상은 다 챙긴거지.
순 난-다 됐어요.
부안댁-<뱉듯이>떡시루도 안왔는디 뭐가 다 됐다는거여.
순 난-아즘니 화났어요?
부안댁-<혼잣말>진즉 그리 뭉치지.
순 난-<대들듯>아줌니는 도대체 왜 그려요.
부안댁-<싸늘하게>내가 뭘.
순 난-우리 엄니만 몹쓸 사람이라고 하니께 그러지요.
부안댁-잘못헌 사람 또 누가 있어?
순 난-동네사람 아녀요.
부안댁-왜 동네사람 탓이여.
황노인-사실이 그러재 뭐가 아니여. 부안댁-<돌아 앉으며>내 원 참.
황노인-순난이 너 제만집좀 딩겨와.그러고 부안댁도 띠배 어찌돼 가는지 보고 오고.
부안댁-<하늘 올려다보고>아무래도 날씨가 센챦은디.
황노인-어쩌리라고.
부안댁-어젯밤 동네연기가 모다 바닥으로 깔리던디.
황노인-그것드 꼭 믿을건 못되니껴 서서 당겨와.
부안댁-순난아, 어서 가 보자. <순난, 부안댁과 퇴장><황노인 담배 피워물고 생각에 잠겨있다><무대 뒤쪽에 만삭이 된 여인 등장>
황노인-<깜짝놀라> …넌!
황노인-<눈 비비며>아니, 니가…<일어선다>
순난엄마-<다가가서>아버님 제에요.
황노인-어쩐일이여. 오늘이 왠 날인디.
순난엄마-오늘이 순난애비 제삿날 아녀요?
황노인-어찌 오늘이여.
순난엄마-오늘이 아녀요?
황노인-오늘은 죽은날이지.
순난엄마-팔자 센년은 어쩔 수 없구먼요.
황노인-시방 여그는 니가 올데가 아녀.
순난엄마-왜 그려요.
황노인-니가 누구 죽는꼴 볼라고 그려?
순난엄마-참말로 뭔 소리다요.
황노인-<내몰며>아어구.어서 가.
순난엄마-<어리둥절해>어elf 가라구요.
황노인-동네사람 오기전에 가라고.
순난엄마-어찌 그려요.
황노인-글씨,가야 된당개.
순난염마-지사 지네러 온 사람을 어디로 가란 말여요.
황노인-<급해서>니가 왠 제사여. 가란말여,어서 가.
노래소리-<무대 밖에서>「에에용 에에용 에에용 에해해해용」
노인-아이구 이 일을 어째. 내려보내기도 인제 늦었는디.
순 난-<놀라서>아버님 배치기노래 아녀요?
황노인-<불안해서>그려. 이 일을 어쩌냐.
순난엄마-오늘이 띠뱃제날이라요?
황노인-그려. 어서 어디로 가.
순난엄마-글씨 어디로 가요.
황노인-어디로 가든 가란말여.
순난엄마-<한숨>아이구 내 팔자도.
황노인-그러니께 애당초 뭐허러 와.
노래소리-<전보다 더 크게 들린다.>『에에용 에에용 에에용 에해해해해용』
황노인-<안절부절>안되겠어, 어디로 가!
순난엄마-가긴 어딜가요.
황노인-니 편지만 와도 죽이네 살리네 허는 사람들이여.
순난엄마-지도 생각이 있어요.
황노인-뭔 소리여, 어서 가.
순난엄마-사람 사는데 사람 온건디 어딜가요.
황노인-너도 이동네 잘 알쟎여.
순난엄마-그럼,시방 어딜 가요.
황노인-니가 왠 배짱이여.
순난엄마-지는 여그 있다 순난이 오면 내려가요.
황노인-니가 왜이리 말귀를 못알아듣냐.
노래소리-<무대 메운다>
『에에용 에에용 에에용 에해해헤해용』
황노인-아이구 야단났네.

<무대돌며 두리번댄다>
순난엄마-어찌 그려요.
황노인-<두리번대며 혼잣말>
피할데가 이리도 없으까.
순난엄마-<다급해서>
어쩌믄 좋다요.
황노인-<서낭당 뒤로 가며>
요쪽으로 와.
순난엄마-<따라가며>
지사 지내다 누가 오면 어쩌요.
황노인-어디 마당한데가 없잖여.
순난엄마-순난이가 어서 왔으믄 쓰것구만.
황노인-오늘 같은날 뭔 볼일이 있어.
순난엄마-아이구 배야. 아무래도 내려가야 것어요.

<순난엄마 퇴장>

<농악군 띠배 걸어메고 무대 오른쪽서 등장>
장선주-영감님 계서 뭘 혀요?
황노인-<당황>
어! 소매쫌 봤어.
장선주-신령님 노하시믄 어쩔라고요.
황노인-<무대로 등장하며>그것이사 널 찌감치 떨어져서 혔지.
강선주-띠배 어쩌요?
황노인-십여년 묵은 솜씨 치고는 괜챦어.

<서낭당쭉 자꾸 바라본다>
장선주-솜씨들이 어디 가것어요.
황노인-나 죽기전에 배들다 띄우고….
장선주-뭔 소릴 그리 혀요.
황노인<띠배 만지며>나는 십여년을 뭘혔제.
장선주-순난이 그만큼 키웠으니 큰 일헌것 아니요.
황노인-지 복으로 컸지 내가 키운건감.
장선주-영감님 고생 허던것 다알아요.

<마을사람들, 띠배 고사상 옆으로 놓는다>
황노인-저 하늘 좀봐. 곧 쏟아지것어.

<마을사람들, 띠뱃재 준비한다><순난 무대 살피며 등장>
황노인-떡은 다 됐더냐?
순 난-곧 올라와요. 근디 누구 못봤어요?
황노인-<긴장>
누굴 보다니.
순 난-<갸우뚱> 이상 허네요.
황노인 <불안해서> 뮌 일인디 그려.
순 난-지가 제만집 가는디 왠 여자가 정지나무 거리로 들어 으던디요.
황노인-<초조해>
누가 오늘 같은날 뭍에서 들어오것어. 니가 잘못 봤제.
순 난-참말이어라우.
황노인-<불안한 표정> 니가 잘못 본걸거여.
순 난-아니래니께요.
황노인-<소리친다>
아무도 없는디 누가와.
순 난-참 이상허제.
장선주-어찌 생겼는디.
순 난-배가부른 여잔디 서른은 넘었것고, 마흔 가차이 됐것어요.
장선주-그런 여자가 어그 뭣허러 와.
순 난-참말이당게요.
장선주-그럴 때도 있는거여.

<떡시루 이고 등장하는 무당>
황노인-떡시루 왔으니 어서 혀지.
무 당-마을에 뭍에서 배가 들어왔다는디.
황노인-뭔 배가 들어와?
무 당-어떤 여자도 한사람 내렸대요.
황노인-오늘 같은날 누가 배를 댄거어.
장선주-뭍에도 얘길 혔는디. 그럴리가없어.
무 당-지도 들은 얘기라 확실헌건 모르것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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