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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전립선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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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0을 넘긴 당신의 전립선은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중.노년 남성의 전립선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최근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지난 20년간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1984년 181명에서 2004년 3730명으로 20.6배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전립선암 희생자도 83년 인구 10만 명당 3명에서 2003년 46.9명으로 15.6배 증가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이달 10~26일을 '블루리본 캠페인'주간으로 정하고 50대 이후 남성의 전립선 조기검진을 촉구했다.

◆ 왜 늘어날까=50대 이후 남성에서 잘 발생해 '아버지 암'으로 불린다. 실제 발생 빈도가 50대 남성 9.7%, 60~64세 16.2%, 65~70세 20.3%로 증가한다.

서구에선 남성암 중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로 사망하는 남성 5명 중 한 명이 전립선암 희생자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발생률 6위, 사망률 5위를 차지하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립선암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식생활의 서구화다. 동물성 고(高)지방식의 섭취가 늘어나는데 채소 등 섬유질 섭취는 줄어드는 것. 또 인스턴트 식품 등 식품첨가물에 노출될 기회가 느는 것도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 유전자가 동일한 일본인 중 하와이 거주인은 일본 본토에서 사는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9배나 높다. 고령화에 의한 50세 이후 남성인구의 증가와 조기진단 기술의 발달로 전립선암의 발견이 쉬워진 것도 이유 중 하나.

◆ 조기진단이 관건=전립선암은 '착한 암'이다. 일찍 발견하면 10년 생존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치료효과가 높기 때문. 그러나 늦게 발견해 폐.간.뼈 등 다른 장기에 전이되면 생존율이 10~15개월에 그친다.

전립선암에 걸리면 소변 보기가 힘들고(배뇨 곤란), 화장실에 자주 가며(빈뇨),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가 않다(잔뇨감). 밤에 오줌이 잦고,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감, 아랫배 불쾌감 등도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전립선 비대증 때도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따라서 증상을 통한 암 진단은 어렵다. 50세 이후부터는 조기검진을 해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현재 이용되는 진단법은 혈액을 통한 전립선 특이항원(PSA)검사와 항문을 통해 전립선 이상을 진찰하는 직장수지검사다. PSA는 전립선 상피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효소. 수치가 0~4ng/㎖이면 정상, 10ng/㎖ 이상이면 암을 의심한다. 하지만 이 수치가 높더라도 모두 암은 아니다. 확진을 위해선 암이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검사해야 한다.

◆ 다양한 치료=환자의 상태.나이.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호르몬.수술.방사선 중에서 치료법을 선택한다. 예컨대 환자 나이가 50~60대며, 암이 전립선 내에만 국한되면 수술로 암덩어리를 제거한다. 하지만 고령인 데다 암보다 다른 지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클 땐 병이 좀 더 진행된 뒤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방사선 치료, 고강도 초음파 치료도 적용한다.

만일 암이 다른 부위에 전이됐을 땐 남성호르몬을 없애주는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이 있으면 암세포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 식생활 통해 예방을=전립선암 발생에는 서구화된 식단이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김치.된장.간장 등 우리나라 전통적인 발효식품, 당근 등 비타민A가 많이 함유된 식품, 살짝 익힌 토마토 등 채식 위주의 한식을 즐겨 먹는 게 중요하다. 햇볕을 충분히 쫴 비타민D 합성을 도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면 기름진 육류는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가급적 섭취를 줄여야 한다.

◆ 도움말=중대병원 김세철 교수, 고대안암병원 김제종 교수.천준 교수, 경희대병원 장성구 교수(이상 비뇨기과)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전립선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

(1) 전립선 비대증이 전립선암으로 진행한다?

→ 전립선암과 전립선 비대증은 다른 병이다.

(2) 전립선암 혈액검사(PSA)에서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전립선암이다?

→ 암뿐 아니라 전립선염, 급성 요로 폐쇄, 전립선마사지 등에 의해서도 높아질 수 있다.

(3) 전립선암에 걸리면 빨리 사망한다?

→ 말기 환자에 해당하는 말이다.

(4) 전립선암 수술을 받으면 성관계를 못한다?

→ 최근엔 기술.장비 발달로 발기부전 발생률이 크게 낮다.

(5) 전립선암 수술 후에는 정상 소변을 볼 수 없다?

→ 전립선이 없어도 소변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단 수술 중 소변을 조절하는 요도괄약근이 손상된 경우엔 요실금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요실금 치료를 받으면 된다.

(6) 정관수술을 받으면 전립선암이 잘 생긴다?

→ 정관수술과 전립선암 발생은 무관하다.

(7) 성병을 앓으면 전립선암에 걸린다?

→ 아직까지 관련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8) 전립선암은 초음파검사나 CT로 확진할 수 있다?

→ 암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확진은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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