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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득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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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두 공통점이 있다. 요즘 환히 웃는 얼굴로 신문에 소개된 대입학력고사 최고득점자들.
첫째, 규칙적인 학습. 거의 시계 바늘처럼 스케쥴에 따라 공부에 임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나서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혹은 집에서 복습. A군, B군이 모두 그랬다.
둘째, 단단한 기본학력. 영어, 수학과 같은, 하루아침에 해낼 수 없는 학과들은 벌써 1년 전에 기초를 다져 놓은 것이다. 집념과 착실성의 일면이다.
셋째, 적당한 수면. 하루 적어도 6시간씩은 잠을 잤다. 문제는 그것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스스로 적응력이 생겨 수면부족과 같은 만성피로는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넷째, 수수한 소시민 가정. 이를테면 교사, 회사원, 소 사업가의 자녀들이다. 시험제도에 의한 자유경쟁이야말로 평등사회의 기초다.
다섯째, 명문교 출신이 아니다. 이미·명문교는 이름뿐이지만, 아무튼 학교보다는 개인의 노력이 더 앞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특한 일은 극기와 성실이다.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로는 더없이 믿음직스럽다.
시속은 변해 요즘의 청소년들은 어려운 일, 고통스러운 일, 당장 무슨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일엔 좀처럼 달려들지 않으려 한다.「각고의 노력」이란 말에 옛날처럼 실감을 느끼지 앉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주위엔 공부를 덜하게 만드는 환경과 여건들이 많다. 제도가 그렇고 사회풍조가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모든 가정의 생활습관마저 요즘은 어딘지 들뜨고 어수선한 인상이다. 옛날처럼 차분하고, 아늑한 가정적 분위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되어 그렇기 보다는 이 시대의 리듬이 그렇다.
물론 최고득점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최고의 목적일 수는 없다. 세상엔 최고도 있고 최저도 있다.「꼴찌 만세」라는 속어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최고를 지향하는 그 정신 자세는 평가할 만하다.「각고의 노력」이나「성실, 근면」은 곧 인문정신의 표현이며 미덕이다.
최근 프로야구의 스타 장효조 선수는 하루 평균 1전5백 번의 스윙연습을 한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남보다 뛰어나려면, 아니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적어도 그만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인류의 발전과 영광은 그런 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안일과 편의는 당장은 좋지만 진보가 없다.
술 마시고 춤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구실에서 밤을 새워 책을 읽고 실험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과는 말리, 밤새워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런 사회야말로 탄력성도 있고 발전도 있다. 자라는 청소년들이 노라리로 기타나 들고 다니기보다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여간 대견해 보이지 않는다.
요즘과 같은 세태에서 더구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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