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급 태풍'나비' 5일 영향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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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호 태풍 ‘나비’가 북상하면서 한반도가 간접영향권에 들어갔다. 4일 항해에 나섰던 유람선 한 척이 거친 파도를 헤치며 서귀포항으로 귀항하고 있다. [뉴시스]

제14호 태풍 '나비(NABI)'가 5일 오후부터 7일까지 남해안과 동해안 지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미국 괌 동북동쪽 약 121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나비'가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3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0㎞의 속도로 북북서진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기상청은 "태풍 진로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6일 낮 규슈 지방을 지나 7일 새벽 일본 북쪽 해역을 거쳐, 같은 날 낮 독도 해역을 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4일부터 한반도 남해안 먼바다에서 점차 바람이 강해지고 물결도 높게 일겠고 5일 낮부터 제주도와 남해안 및 동해안 지방에도 바람이 점차 강해지겠다"며 "5일 밤엔 제주도 남쪽 해상에 태풍주의보가 발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6일에는 남.동해 해상, 영남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크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나비는 중심 기압 94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43m인 강한 태풍이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중심기압이 910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75m 이상이었다. 바람의 속도가 초속 10m를 넘어서면 우산을 받쳐들기 힘들고, 초속 17.2m보다 강한 바람이 불면 작은 나뭇가지가 꺾여나가는 것은 물론 성인들조차 바람을 향해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바람이 초속 20.8m보다 세게 불면 기와가 날아가고 굴뚝이 넘어지며, 초속 24.5m를 웃돌게 되면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기상청은 최대풍속이 초속 14m, 순간풍속이 20m를 넘어서면 강풍.태풍주의보를, 최대풍속과 순간풍속이 각각 21m와 26m를 넘어서면 태풍경보를 각각 발효한다.

기상청은 "현재 '나비'의 영향범위는 반경 600여㎞에 이르며 2002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한 '루사'보다 규모가 크고 2003년 9월 큰 인명.재산피해를 몰고 온 '매미'와 비슷한 수준의 위협적인 태풍"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그러나 6일 낮 일본 규슈에 상륙한 뒤엔 에너지 공급이 떨어져 7일쯤 중형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나비는 우리말'=2000년 세계기상기구 산하 태풍위원회에선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국에 태풍 이름을 10개씩 제출하도록 했다. 나비는 그때 우리나라가 제출한 이름 중 하나다.

고정애 기자

기상청, 피해예방책 제시
저지대 주민,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반도가 태풍 영향권에 들었다. 6일을 기점으로 다소 약해질 것이란 예보가 있지만 대비하는 게 낫다. 다음은 기상청의 국민행동요령.

◆ 도시 지역=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 등 재해 위험 지구에 사는 주민은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해두는 게 좋다. 집이 오래됐거나 축대가 위험한 지역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감전 사고에 대비, 고압 전선 근처는 피하고, 전기 수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송전 철탑에 누전 기미가 있으면 곧바로 한전에 연락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땐 속도를 줄이고, 번개가 칠 땐 저지대 또는 인근 가옥으로 대피해야 한다.

떨어져 내릴 만한 것은 미리 없애거나 단단히 묶어두고, 출입문이나 창문을 닫거나 잠그는 것도 사고를 줄이는 요령이다. 노약자는 바깥 출입을 삼가야 한다. 라디오나 TV 등에서 나오는 기상예보나 태풍 상황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 여타 지역=농촌 지역에서는 농작물을 보호하고, 배수로를 점검해야 한다. 논둑을 보수하거나 물꼬를 조정해야 한다. 산간 계곡 야영객들은 미리 대피해야 한다. 소규모 도랑의 경우 반드시 안전 여부를 확인한 후 건너자.

해안 저지대 주민들은 위험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안전지대로 대피할 준비를 해두자. 철거할 수 있는 어로 시설이나 양식 시설은 미리 철거해두는 편이 좋다. 바다에서 어로 작업은 위험할 수 있으니 항내로 대피해야 한다. 항내로 대피한 경우도 강한 바람으로 인해 다른 선박과 출동하더라도 피해가 없도록 고무 타이어를 붙이거나 로프로 안전지대에 결박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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