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마찰·방위비용 분담 압력 등|미 등 대 서방관계 조정의 일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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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의 시각
「나까소네」수상은 지난 11월 26일 내각을 발족시킨 후 불과 4일 만인 11월 30일 전두환 대통령에게 전화로 취임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전대통령과의 이 전화회담을 계기로 일본측은 공식·비공식 루트를 모두 동원, 경협문제의 조기타결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교섭 및「나까소네」수상의 방한 절충에는 일본의 재계인사, 한국 측의 한일의원연맹간부, 그리고「나까소네」내각의 고위실력자 등이 망라되어 비공식 접촉을 거듭했으며, 12월 6일에는 김해국제공항에서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과「고또오다」(후등전정청) 일 관방장관이 만나「한일 수뇌회담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결과 일본측은 구랍 25일 이후 ①경제협력 규모는 종래의 총액 40억 달러로 한다 ② 「나까소네」수상 자신이 방한, 전대통령과의 수뇌회담에서 타결한다는 최종방침을 외교루트를 통해 전달했다.
이에 대해 30일하오 이범석 외무장관이「마에다」(전전이일) 주한 대사를 만나 일본측 제안에 동의하고, 1월 11일 서울에서 수뇌회담을 한다는 의향을 표명, 양국 수뇌회담 개최가 정식 결정됐다.
그리고 주일 한국대사관의 이상진 공사가 신정연휴임에도 2, 3일 서울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극적으로 태도를 바꿔 현안문제타결에 능동적·적극적자세롤 보이게된 배경에는「나까소네」내각의 출범이라는 계기가 마련된 외에 일본으로서 그 나름의 사정이 깔려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일본의 대외환경이 더 이상 종전처럼 안이한 자세를 허용치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일본은 미국·유럽 등과의 계속된 무역마찰과 공짜안보 때문에 서방세계에서「이익만 알고 책임을 질줄 모르는 나라」로 손가락질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완전히 고립되기 일보직전의 상태로까지 몰리고 있다.
「나까소네」신임 일본수상은 이 같은 일본의 위기적 상황을 파악, 미일관계를 축으로 서방세계와의 관계개선을 최대의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17일의「나까소네」수상 방미, 그에 앞선 2일의「아베」(안배진태랑) 외상 유럽순방 등은 이 같은 의미에서 과거 정권 교체에 따른 의례적인 방문과는 달리 절박한 목적을 띠고있다고 봐야하며,「나까소네」수상의 전격적인 한일관계 개선노력도 크게 보아 이 같은 일본의 대외관계 재조정의 맥락에서 이해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이 처한 국제적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나까소네」정권은 전임「스즈끼」(영목선행)정권과는 다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나까소네」수상은 취임이래 일관해서▲미일관계를 일본외교의 기본으로 삼는다는 점과▲일본이 대외적으로 한 약속을 지켜 신뢰관계를 회복하고▲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한일경협 문제는 한국 측 요청으로「스즈끼」전 수상이 미국의 방위분담 요구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 측에도 약속한 것이었다(81년 5월 및 7월 미일정상회담). 따라서「나까소네」 정권이 미일관계를 재 구축하는데 한일관계의 정리는 불가결한 문체라 할 수 있다. 오는 18일「레이건」미대통령과의 첫 대면을 앞둔「나까소네」수상으로서는 한일간 경협문제의 타결과 관계개선이 해결해야할 주요과제 일수밖에 없다고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곁들여 교과서문제의 해결과 김대중씨 석방은 한일문제에 대해 일본측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줬다고 풀이된다.
한일관계 타결은「나까소네」수상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자민당 내 기반을 강화하고 장기집권의 기초를 마련하는데도 도움을 주고있다고 볼 수 있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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