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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관련 기업 100곳 유치" 전주, 첨단 탄소도시 변신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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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1일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탄소산업 취업 박람회 모습.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팔복동의 ‘피치케이블’은 창업한 지 15개월 된 신생 벤처회사다. 하지만 탄소섬유를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내년 매출 20억~3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은 발열 벤치. 요즘처럼 눈이 많이 내려 추운날 전기 코드를 꽂으면 1분 만에 온도가 섭씨 20~30도로 올라간다. 전력량은 기존 발열 제품보다 50~60% 절감되면서도 전자파가 없는 친환경제품이다. 전주와 전남 순천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발열 벤치를 시범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차역 대합실이나 축구·야구 경기장 등과도 설치를 협의 중이다.

 내년 여름을 겨냥해 시원하면서 몸에 좋은 원적외선을 발생하는 신제품 방석 개발도 완료했다. 임동욱(48) 대표는 “전주가 탄소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9월 회사를 설립했다”며 “호남은 물론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제품을 보내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의 도시 전주시가 첨단 ‘탄소 도시’로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기업 친화적 생태계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유망 중견·벤처 업체들이 잇따라 모여들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아 ‘탄소산업의 허브’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전주산업단지에는 탄소섬유의 선두주자인 효성을 비롯해 항공기 날개를 생산하는 데크와 일진복합소재·KM·비나텍 등 31개의 탄소 관련 업체가 들어와 있다. 입주를 준비 중인 기업도 5~6곳이나 된다.

 일본·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T700 탄소섬유를 개발한 효성은 연간 2000t(600억~700억원)을 양산해 전량 수출한다. 데크는 미국의 보잉사에 첨단 항공기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진은 천연가스를 쓰는 시내버스용 CNG 용기를 생산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전주행을 서두르고 있다. GS칼텍스와 OCI 등은 전주시와 손잡고 새로운 타입의 탄소섬유를 개발 중이다. 생산실험용 시설을 구축 중인 GS의 경우 1~2년 내 대규모 공장을 건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시는 탄소에 집중한 지 6년 만에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일궜다. 탄소가 연 15~20% 성장하는 미래산업인데도 국내 관련 산업이 미약한 것을 보고 2008년 탄소융합기술원을 통해 씨를 뿌렸다. 또 KIST 분원을 유치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다. 탄소밸리 구축 자금 1900여억원을 확보해 연구개발(R&D) 분야에 70~80%를 지원하는 등 기업에 적극적인 구애의 손길을 펼친 것도 효과가 컸다.

 정부가 17일 전주시 팔복동·동산동 일대 82만6000㎡를 탄소 특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한 것은 또 다른 도약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토교통부와 LH는 2016∼2020년 이곳에 2280억원을 투입해 공장과 전문인력기관·연구센터 등 산학연 시설을 모을 계획이다. 1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기업 육성에도 나선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2020년이면 100여 개의 관련 기업이 집적화돼 전주가 탄소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며 “탄소 특화 산업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7000여 명의 고용 창출과 1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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