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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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구의 한 관광호텔이 화재로 전소 됐다. 인명피해도 사망자만 10명. 원인은 조사중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막대한 재산이 잿더미로 변하고 인명이 희생되었다. 새삼 불로 인한 재난의 심각함을 일깨워 준다.
우선 화재예방·진화시설의 미비와 종업원에 대한 안전교육의 결여가 문제될 것 같다.
고층건물이나 호텔화재의 피해가 심각함은 이미 대연각 호텔 화재 때 우리가 충분히 경험했다. 그후로 소방법이 강화되고 화재예방 장비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데도 대형 화재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국의 통계를 보면 81년 한해동안 전국에서 5천8백51건의 화재가 일어나 1백32억원의 재산피해와 9백9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화재건수보다는 물적·인적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불조심」에 관한 한 아직도 할 일은 많다.
당국도 11월부터 겨울철 화재예방 강조기간을 설정하고 대 국민 계몽활동을 펴고 있으나 오히려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더 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겨울철, 특히 연말이 가까워 오면 화재사고가 늘어날까. 물론 겨울철이면 기름, 석탄, 전기 등 에너지의 사용이 증가하고 이들이 모두 화재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연말 분위기」라는 우리 사회의 특수한 풍조를 큰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연말만 되면 허둥대고 어수선해지고 향락풍조에 휩싸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한가지 고질병이다. 바로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전체 사회의 기강이 잠시나마 해이해진다.
특히 안전관리를 맡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기 소임에 부주의할 때는 대형참사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바로 이런 경우에 화재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이번 겨울도 별다른 참사 없이 넘어가는가 했더니 드디어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연말만 되면 정신을 딴데 파는 사회분위기부터 고쳐나가야 우리 주변이 안전함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대형화재의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 화재예방, 진화시설의 미비를 들 수 있다.
올 2월에 일어난 동경의 뉴 저팬 호텔의 참사도 화재 경보기, 스프링 풀러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피해를 더욱 크게 한 원인이다. 한국인 투숙객만 8명이 사망한 이 사고를 두고 일본은 선진국으로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남의 말 할 것 없이 우리 사정은 보다 심각하다. 새로 짓는 건물은 소방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그래도 나은 편이나 오래 된 건물은 화재무방비 상태임이 건물의 화재예방진단 때마다 드러난다.
이번에 불이 난 금호 관광호텔도 지상 6층에 객실 70여 개를 갖춘 1급 관광호텔이지만 현대식 화재예방장비는 충분치 못한 건물이었다.
당국은 부단한 예방점검으로 호텔설비의 개선을 강행시켰어야 했다. 이를 계기로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호텔, 시장, 백화점, 고층건물에 대한 화재예방 점검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건물의 구조가 점차 복잡해지고 에너지의 사용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화재의 예방점검은 점차 강화해야할 것이다. 불은 사전에 최선을 다했어도 순식간의 부주의로 일어날수도 있는 만큼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물은 불나기만을 기다리는 꼴이 됨을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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