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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면석 <경박·연세대 경영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학원을 떠나 사회로 새출발 해야할 시기가 되어서인지 요즈음 인생항로를 의논하려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나는 젊은이들의 인생관이랄까 생활신조를 먼저 물어본다. 생활신조야말로 사회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나는 사회의 첫걸음으로 실무경험을 얻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중앙은행(한국은행)에 입행했다.
내가 금융인으로의 길을 택한 것은 상아탐에서 배운 학문의 세계와 경제현실의 실무를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나의 학창시절은 일제시대다. 당시 일제는 『정치군사력이면 모든 것이 판가름난다. 경제학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군국주의사상으로 학문을 말살하면서 세계 제패에 무모하게도전하던 때다.
나는 어린 생각에도 일제에 대항해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뜻을 세우고 경응의숙에 진학했다.
또 미국이나 유럽·일본같은 당시의 근대공업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것이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경성대학에 진학해서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해방후 서울대대학원에서도 같은 전공을 택했다.
금융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조로 삼은 것은 자신이 맡은 직분을 토대로 보다 넓고 보편타당한 진리를 추구해야겠다는 「격물치지」의 집념이었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들은 멀지않아 쇠퇴하게 되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은행이 기업을 선도하려면 조사기능을 대폭 늘려 경기를 주도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근20년의 금융·실업인 생활에서 이 과제를 연구해왔다.
한사람의 평범한 은행원으로 안이한 생활을 하기 보다는 기회가 온다면 보다 진취적인 경영자가 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부터 은행원은 안정된 직장의 표본처럼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수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인기도에서도 전만 못한 것같다.
여기에다 자칫하면 연구·공부하는 자세도 결여되기 쉬워져 평범한 한낱 샐러리맨으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현실이 이를 불가피하게 한다고 보겠지만 보다 치열한 자기개발의 노력으로 옛날 금융인의 영광을 되찾고 우수한 대학졸업생들을 금융계에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은행을 그만 둔뒤 실업계에 잠시 몸을 담았던 경험으로 보아 오늘날 학문의 성취는 반드시 상아탑 속에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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