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연정 불길 잡을까 키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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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右)가 1일 오후 국회 대표실을 예방한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1일 오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방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 인사차 찾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은 박 대표의 말을 듣고만 가려 했으나 대통령께서 전하라는 말씀이 있다"고 운을 뗀 뒤 회담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알겠다"고 화답했다.

두 달간 허공을 향해 일방적으로 쏟아낸 노 대통령의 '연정 러브콜'이 비로소 제 상대를 향해 겨냥된 것이다.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한 박 대표도 '만나겠다'는 선선한 입장을 보였다. 박 대표 측이 면담 시점을 질질 끌지 않고 '내주 중'으로 못박은 것은 노 대통령의 거친 기세를 맞받아친 모양새다.

연정론 찬반의 두 주체가 공식적으로 테이블에 앉게 됨으로써 연정 정국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노 대통령 쪽에선 "1990년의 3당 합당, 97년의 DJP 연합이 정치권의 밀실거래 성격을 띠었다면, 이번의 연정론은 사회적 공론화를 거친 뒤 정치협상의 길을 걷는 것이어서 명분과 투명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근혜 대표는 "연정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하니까 야당으로서 가서 말씀도 듣고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는 민생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얘기할 것이며, 북핵 문제 등 그외 주요 국정 현안들도 모두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정론에 대해선 노 대통령의 얘기를 들어본 뒤 한나라당의 확고한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

회담은 6일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 비서실장은 "이번 주는 너무 급하고 8~17일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예정돼 있다"며 "우리로서는 이 문제를 오래 끌 생각이 없는 만큼 다음주 중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일 오후 긴급 최고-중진 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회담 의제와 회담 시기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당 일각에선 "회담을 하면 대통령의 '내각제 구상'수순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회담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얘기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할 얘기는 하고 올 것"이라고 설득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회담과 관련, "연정 얘기가 당연히 주가 될 것이지만 개헌 얘기는 둘 다 그 문제를 꺼낼 입장이 아니라서 일절 안 나올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숙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래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하는 것은 야당이 제안하고 대통령이 만나주는 형식인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야당이 받았으니 더 잘 될 것 같다"며 "회담을 했다고 박 대표가 곧바로 연정을 받겠다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망치려는 것은 아니라는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김선하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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