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의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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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1백조개이상의 세포들이 최선의 상태의 생명유지라는 단일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현상은 정밀한 컴퓨터가 따라올수 없을 만큼 정교하다.
피를 온몸에 돌리고, 겨울이 되면 열을 많이 내고, 기분이 나빠 혈압이 오르면 이를 내려주고, 자손을 낳을수 있게 하는등 인체의 모든 작용이 일사분란한 것은 2가지의 연락체제가 신체 구석구석까지 뻗쳐있어 종합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 2가지의 연락체계는 신경과 호르몬으로 구성된다. 뇌에 중심을 둔신경은 척수를 통해 신체 곳에 뻗쳐있어 모든 신체기관의 운동기능을 관장한다. 신경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정보를 뇌에 전달하고 취합된 정보에 따라 결정된 명령을 다시 기관으로 내려보낸다. 그러나 신경이 하는 일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라는 명령뿐 구체적인 진행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그대신 호르몬은 속도는 늦지만 정확하게 해당기관에 찾아가 화학적인 정보를 줌으로써 실제로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화학적 연락망의 구실을 하고 있다.
전쟁터를 인체로 비유할때 신경은 사령관으로부터 오는 무전지시로 생각할수 있다. 어느 지점을 공격하게 됐다는 무선이 신속히 예하부대에 도착하지만 이것만으로 부대가 움직이기는 힘들다. 곧 이어 전령이 적의 배치상황과 무력수준, 아군의 지원계획등을 담은 자세한 문서를 가져와야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때 전령이 가져오는 상세한 문서를 인체에서는 호르몬으로 볼수 있다.
인체내에는 샘(선)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기관들이 분포되어 있어 여기서 미량의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있다. 침·담즙처럼 일정한 관을 통해 생산된 분비액을 내보내는 기관을 외분비라고 부르고, 샘에서 생산된 물질이 근처 모세혈관에 횹수되어 기능을 발휘케 되면 이를 내분비기관이라고 부른다.
내분비 기관에는 대표적인 뇌하수체를 비롯해 송과체·갑상선·부갑상선·흉선·부신·췌장·난소·고환 등이있어 성장에서부터 생식에 이르는 기능까지 다양한 일을 맡고 있다.
뇌하수체만 해도 전엽에서 4종류, 중엽및 후엽에서 2종류등 8종의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췌장이 2가지, 부신이 5가지, 난소가 2가지등 모두 20여가지의 호르몬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곳에 나눠져서 각종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 기관은 아주 작아 60㎏의 체중을 갖는 사람에서 모두 합쳐봐야 60g정도 밖에 안된다. 또 뇌하수체가 일생동안 만들어내는 호르몬은 모두 합쳐봐야 찻숟가락 1개분 정도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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