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계 「뉴스 메이커」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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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과서와 경협 문제로 한일 관계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고, 등소평의 중공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 소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던 터에 소련의 지도자가 바뀌었고, 포클랜드 전쟁이 남긴 여파로 아르헨티나가 고전하고 있다. 쉴새없이 계속됐던 『82년의 대 사건』들을 뉴스의 주역 중심으로 조감해본다.<외신부>

<모 유산 청산, 새 헌법 승인으로 근대화 길 터>
실용노선 다진 중공, 등소평
등소평에겐 금년이 「생애 최고의 해」로 기억될 만 하다. 지난 9월의 12전 대회가 모택동의 유산을 청산하고 화국봉 등 반등 세력을 축출, 등소평 호요방 지도 체제의 길을 열었다.
이어 11월의 전인대 5차 회의는 등의 실용주의 노선을 뒷받침하는 새 헌법을 승인했다.
등이 이끄는 중공은 정치적으로는 모의 잔재일소,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 경제의 부분 도입 등 근대화를 향한 노력을 계속 중이다.
내년 새 헌법에 의해 부활될 국가 주석에 누가 오를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나 등이, 추구하는 노선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에서 발표된 6차 5개년 계획은 국방비 지출을 줄이고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공존을 허용, 2000년을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환점을 맞은 중공의 장래가 주목거리다.

<「브」시대의 내외중병 "현실" 치유에 큰 관심>
변화 모색하는 소련, 안드로포프
「유리·블라디미로비치·안드로포프」(68)가 이끄는 소련과 세계는 요즘 막연하나마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싸여있다.
소련 국민들은 그가 「브레즈네프」시대 말기의 여러 증상 -경제침체·부패·지도력 결핍 등을 어떻게든 치유해 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고, 서방측은 군축문제를 비롯한 국제관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보아주기를 바란다.
「안드로포프」는 한달 남짓 동안 권력기반을 다지면서 말과 행동으로 이런 기대감을 은근히 부채질했다. 소련은 「브레즈네비즘」을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지만「안드로프프」가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해 볼 자세가 돼있다는 일반적 평가와 소련이 지금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길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안드로포프」시대는 길건 짧건 「변화의 모색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레이거노믹스 성패 여부가 재선의 고비 길>
「위대한 미국」의 시련, 레이건
11월의 중간선거 결과는 「레이건」의 등장이 몰고 왔던 낙관론 선풍의 퇴조 현상을 보여주었다.
지난 중간선거 결과는 그가 표방했던 그린 우파보수주의가 생각했던 것처럼 미국 전체를 휩쓴 시대적 선풍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공화당의 부진은 84년 대통령 선거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웠고 「케네디」의 불출마 선언도 「레이건」에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앞으로의 최대 관심은 레이거노믹스의 효험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있다. 「레이건」 진영은 인플레 퇴치에 성공했고 이자율도 곧 정상화 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10%를 상회한 실업률과 재정 적자가 큰 문제이긴 하나 일부에선 레이거노믹스의 효과가 서서히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노 제국 체면·경제실정 만회, 총선 고지 선점>
포클랜드 전쟁 모험, 대처
포클랜드 전쟁은 「대처」 영국 수상에겐 큰 행운을 안겨 준 계기가 됐다. 전쟁 덕분에 「대처」 여사는 옹고집 경제 시책으로 자초한 국민들의 분노에서 크게 벗어났고 장비나 보급로의 길이 등 모든 면에서 상식이하의 모험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강행했던 이 전쟁이 승리로 끝남으로써 「대처」의 인기는 올라갔다. 그 물결을 타고 「대처」는 84에 있을 선거를 l년 앞당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아르헨티나에선 전쟁 당시 집권했던 군부 지도자들이 모두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갈티에리」후임으로 대통령에 들어선 「비뇨네」 장군은 84년 3월까지 민주회복을 약속하고 퇴각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쟁 전 만해도 찾아볼 수 없던 민권 시위대가 요즈음은 붸노스아이레스 거리에 자주 나타나 『독재는 끝나도록 돼있다』고 외치고 있다. 포클랜드 전쟁은 「불필요한 전쟁의 표본」으로 불린다.

<한-중공의 거센 반발에 끝내는 시정 약속까지>
일본역사 교과서 왜곡, 오가와
「오가와·헤이지」일본 문부상은 일본 교과서 왜곡 사건과 관련, 한국·중공 정부가 항의를 재기하자 『내정간섭』이라고 억지를 부렸고 「마쓰노」(송야행태)의원은 심지어 『한일 합방의 정당성…』이니 『안중근은 암살자』 운운하는 망언으로 우리 국민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
82년의 한일관계는 이렇듯 감정 대립으로까지 번져 타결 일보 전까지 와있던 경협 문제는 막바지 고비에서 교과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대화 자체가 동결돼 버렸다.
확실히 교과서 파동은 우리의 묵은 상처를 건드려 일본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일본은 결국 잘못을 시인, 교과서 내용을 고치기로 함으로써 문제가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이나 2년 후에나 손질을 하겠다는 약속에 그친 것은 일본인의 편협성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프랑코 시대」 마감한 민주주의 개화 열망>
「유럽」의 정치변혁. 곤살레스
지난 10윌 28일 실시 된 스페인 총 선에서 「펠리페·곤살레스」 사회 노동당이 압승한 것은 이 나라 국민이「프랑코」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궤도 위에 올려놓으려는 확고한 의지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또 한편으로 정치적 색채에 상관없이 국민의 지지를 얻는 세력이면 어느 정당이든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도 할 수 있다.
이보다 한달 앞서 서독에서는「헬무트·슈미트」가 이끄는 사민·자민 연립 정부가 자민당 소속 각료들의 사임으로 정권 13년만에 붕괴되는 변화를 가져와 기민당의「헬무트·콜」당수가 새 수상에 취임했다.
또 덴마크에서 10여년 만에 보수당이 집권하자 스웨덴에서는 사민당이 정권이양 6년만에 복귀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스파돌리니」수상이 이끄는 5개 연립 정부가 지난 8월 사회당의 탈퇴로 붕괴되는 등 유럽 전체에 일대 정치 변혁 바람이 몰아쳤다.

<민간인 3천명이상 목숨 앗아 화살 한 몸에>
레바논 난민 대학살, 샤론
이스라엘의 과격파「아리엘·샤론」국방상 등의 주도로 시작된 지난 6월의 레바논 침공은 3개월 동안 7천명 이상의 비 전투 요원의 목숨을 앗아갔고 베이루트의 4분의 1을 초토화시켰다.
7년간의 내란 상태로 정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레바논은 PLO 철수 이후 극우파 기독교 민병 세력 카타예브 지도자「바시르·제마옐」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 「국민화해」를 시도하고 나섰으나 그마저 취임 전에 살해되고 이를 뒤따라 이스라엘 군부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샤릴라, 사브라 두 팔래스타인 난민촌 학살 사건마저 빚어졌다.
「바시르」의 뒤를 이은 「아민·제마엘」은 레바논 재건과 모든 점령군의 철수를 목표로 내세워 한국 등에 다국적 평화유지군 지원 파병을 요청하고 철군 협상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제 수렁엔 백 약도 무효…멕시코 영웅 퇴진>
중남미 국가의 파산, 로페스
멕시코의 영웅으로 숭상 받아온 「호세·로페스·포르티요」대통령은 지난 10월 중순 정부 파산에 직면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폭적인 페소 화 평가절하와 함께 은행 국유화 조치를 단행. 그러나 이는 멕시코 국민들을 더욱 극심한 인플레와 실업사태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을 뿐 경제를 돌이키지 못한 채「미겔·데·라·마드리드」대통령에게 정부를 넘겨주었다.
중남미 국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국제 고금리의 지속, 전쟁 여파 등으로 81년에 이미 급격한 성장둔화·물가폭등·외자부족 등에 시달렸으며 금년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 가운데 브라질이 8백70억 달러로 1위, 멕시코가 8백10억 달러로 2위, 아르헨티나가 3백66억 달러로 3위를 차지하는 등 중남미 6개국이 전 세계 외채의 50%를 차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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