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기름값 내성' 생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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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가격(WTI 기준 배럴 당 41.43달러)의 두배 가까이 유가가 올랐지만 주가는 되레 올랐다. 시장에선 이미 고유가에 내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 WTI 가격이 장외시장에서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선 여파로 8월 29일 한차례 큰 폭으로 내렸을뿐, 30~31일에는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며칠간의 유가 급등이 허리케인에 따른 일시적인 것인데다 현재 유가가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도 그만큼 켜져 충격 흡수가 가능해졌다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제의 활황과 맞물린다는 인식으로 최근까지 유가와 주가지수는 동조현상을 보였다"며 "미 폭풍이 사라지고 유가가 안정을 찾으면 이런 논리는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유가가 계속 올라 70달러 이상 고공행진할 경우 유가-주가의 동반 상승도 깨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1일 "유가가 다시 70달러를 넘어서면 지수는 105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 장재익 애널리스트는 "올초 유가가 60달러에 근접할 때 주가는 단기적으로 고점 대비 5% 급락했다"며 "유가가 70달러를 넘을 경우 주가는 105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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