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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이 서러운 「흘러간 스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종합3위의 목표를 달성하고 개선한 한국선수단의 쾌거에 보낸 국민적 성원은 전에 없이 뜨거웠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 가운데는 이들의 장거에 박수갈채를 보내면서도 한가닥 아쉬운 감회에 젖는 이들이 있다. 과거 한국스포츠의 멍에를 짊어지고 오늘의 발판을 다졌으며,한때는 아시아를 풍미했던 「흘러간 스타」들이 바로 그들이다.
오늘날과 같지 못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국위선양에 앞장서온 이들이지만 후배들에 베풀어지는 융성한 대접이 왠지 낯설기만 하고 격세지감을 느끼게해 허전함을 달랠길이 없는 것이다.
한국 체육인들의 국위선양에 따른 체육인상훈법이 제정되기는 지난 67년1월(이법은 이후 국민훈장법으로 체육인에 수여되다가 73년1월 체육훈장법으로 개칭되었음).
이 체육인상훈법(연금규정은 75년 발효)은 아시안 게임의 경우, 금3개이상은 은장연금을, 금 2개면 동장연금을 각각 이에 준한 훈장과 함께 지급하며, 또 금1개를 수상하거나 은·동을 수상한 선수에게는 연금없이 훈장 아니면 표창으로 이를 대신 품신하기로 규정하고있다.
그러나 이 상훈법은 67년 이전의 선수에게는 다만 연금해당선수(아시안 게임은 금2개이상)만이 특례조항으로 구제되었을뿐 금1개 또는 은·동에 머문 선수에게는 아무런 포상혜택이 따로 없었다.
60년대까지의 아시안게임금메달리스트는 모두 30명(연금해당자 8명제외). 종목별로는 역도가 8명으로 가장 많고 복싱·사이클이 각7명, 그리고 사격(4명) 육상(3명) 탁구(1명)의 순이다.
대회별로 보면 ▲제2회(54년·7명)=최윤칠·최충직(이상 육상) 유인호·조봉직·김창희·고종구(이상 역도) 박금현(복싱) ▲제3회(58년·9명)=서영주·이창훈(육상) 정동혜 김기(이상 복싱) 이장우·이완영(이상 역도) 김호순·임상조·노도천(이상 사이클) ▲제4회 (62년·1명)=김득봉(복싱) ▲제5회(66년·13명)=김충용(탁구) 손영찬·박귀일·이홍만(이상 복싱) 이종섭·이형우(이상 역도) 안병혜·안광산·이선배(이상 사이클) 추화일·안재송·박오준·박남규(이상 사격) 등이다.
은퇴후 이렇다할 대접한번 받아보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은거생활을 하고있거나 현업에 종사하더라도 한결같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게 고작이다. 특히 역도의 이택영씨(52·서울운동장근무)는 20년봉직동안 5급공무원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이클의 노도천씨(47·교사) 안병훈씨(43·서울체고코치) 등도 일선체육교사로 있으면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연금은 고사하고서라도 훈장한번 타보는 일. 그가운데 지난66년 제5회 방콕대회에 출전, 사이클 도로경기에서 금l·은1개를 따내 「사이클 한국」의 새장(장) 을 개척한 이선배씨(43·서울신길동121) 는 『뒤늦게나마 젊은시절의 영광을 되찾는게 꿈』 이라며 체육인상훈법의 소급적용을호소하고 있다.
이씨의 현재 직업은 영업용 택시운전사. 지난69년만6년간 활약해온 대표선수생활을 마감하고 택시운전사로 전신, 핸들을 잡은 이씨는 아직까지 서울신길동 단칸전세방에서 부인이문망씨(37)와 함께 어려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올해로 운전경력 12년째인 이씨의 유일한 소망은 개인택시면허를 취득, 자영하는 일. 지난80년 무사고7년의 경력을 인정받아 모범운전사자격증(노량진경찰서소속)을 따내기는 했으나 개인택시면허를 취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것. 이에 별수없이 이씨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상장을 들고 백방으로 쫓아다니며 선처해주길 바랐으나 관계기관에서는 『이에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며 한마디로 거절하고는 내쫓기 일쑤였다.
현행관계법규는 개인택시면허취득의 경우, 내무부장관 또는 서울시장 이상의 표창을 받은 국가유공자에겐 특례조항을 두어 우선순위로 발급해주고 있다.
이씨는 지난 6일 후배들의 개선을 지켜보며 『과거 한국스포츠를 빛낸 「잊혀진스타」들의 공적에 대해서도 사회가 기억해 주길』 간절히 호소했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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