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 선거구제 개편 논란

앞으로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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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선거구제 개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열린우리당이다. "(한나라당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그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당초 내세웠던 것은 중대선거구제다. 그러나 즉각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박근혜 대표는 최근 "중대선거구제로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것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얼토당토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중대선거구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다.

당내 일부 이견이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대체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쪽을 선호한다. 토론에 나선 민병두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주요 정당들이 타협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개혁특위 소속의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도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당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장기적으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병행하는 정부 여당의 안을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소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병행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 최근 이 방식을 지난 17대 총선 득표율에 대입해 모의실험한 결과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15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역구 243석, 비례대표 56석인 현 의석 비율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한 뒤 대입한 결과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2004년의 17대 총선은 탄핵 등의 변수가 있지 않았느냐"며 "지금의 정당 지지도를 가지고 실험하면 뭘 해도 한나라당이 더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은 올 정기국회에 선거구제 개편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올해 안에 선거법 협상이 타결되겠느냐"는 회의론이 많다. 한나라당이 대연정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데다, 여당이 선거구제 등 정치 문제에 당력을 쏟는 것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권이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솔직히 선거구제 논의가 올해 안에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 지방선거 후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논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 문제가 다시 나올 것"이라며 "그때쯤 되면 지금의 국민.야당 설득 작업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