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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백화점이 밤톨이마을 스폰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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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빛깔이 좋고 알이 굵은 고급밤 '옥광'은 제수용품으로 인기가 높아 추석 명절 때 유통업체 간 물량 확보 경쟁이 붙는 품목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이달 초 대표적 밤 생산지인 충남 공주군 정안면 북계리 '밤톨이마을'에서 올해 생산되는 10t가량의 옥광 물량 전체를 확보했다. 갤러리아는 지난해 6월 이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고 10월 농작물 수확 일손 지원, 올 5월에는 사원들의 모내기 활동 등을 펼쳤다. 또 마을회관에 TV.냉장고를 기증하는 등 이 마을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활동으로 옥광 전량 확보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밤톨이마을 이상은(46)이장은 "오래 유대관계를 맺었을 뿐 아니라 백화점에서 농가가 하기 어려운 홍보.마케팅 활동을 대신해 주는 효과가 있고 가격도 다소 높다"며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은 유통업체에 연중 최고의 대목이다. 백화점의 경우 1년 매출의 30%가량이 추석 전 3~4주에 이뤄져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인기품목 확보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인기 농.축.수산물은 물량이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사전 준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구매자로 '갑'의 위치에 서있지만 명절용 인기제품 매입에서는 '을'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특정 농가.농장.어장 등과 일찌감치 단독 공급 계약을 해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명절 때 인기가 높은 정육 제품의 경우 이를 확보하기 위해 목장에 자금과 시설.기술 등을 지원해 '화식한우' '강진맥우' 등의 브랜드로 매장에 내놓는다. .

특정 상품의 생산을 의뢰하는 사례도 있다. 대형 할인점 이마트는 올해 한 종묘회사와 제휴해 당도와 영양가가 높은 멜론 품종 씨앗을 개발해 충남 논산 지역의 한 농가에 생산을 요청했다. 해당 농가가 생산하는 1000여 개의 멜론을 전량 구매해 추석 때 판매할 계획이다.

1회가 아닌 장기구매 약속을 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축산물 담당 박봉규 바이어는 추석 때 내놓을 울릉도 약소 선물세트를 위해 6월부터 울릉도 출장 등 상품 준비에 나섰다. 약소는 울릉도에서 연간 150두 내외, 추석기간에는 10여 두만이 정육 선물세트 등으로 나오는 희소품종이다.

그는 수차례 출장과 전화를 통해 "이번에 물량을 공급해 주면 내년 추석과 설에도 매입하겠다"고 제안해 물량의 절반을 공급받고 나머지 절반도 다른 백화점에는 공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희귀품이거나 물품 공급이 달릴 때에는 무엇보다 바이어와 농가의 평소 인간 관계가 중시된다. 경북 경산에서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김영표 사장은 2001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표고버섯 재배에 관한 무농약 인증을 받은 뒤 올 7월에는 유기농 인증까지 받았다. 김 사장에게 판매를 요청하는 백화점이 여럿 있지만 H백화점에만 제품을 공급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초 한 박람회에서 만난 H사 바이어가 내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구매해 주고 연락도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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