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 잔재 청산 위한 결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80년 5윌 18일부터 구금상태에 있던 김대중의 서울대병원 이송, 형 집행 정지, 신변치료를 위한 미국 출국허용은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여 국민 대 화합을 이루기 위해 단행된 조치다.
우선 김은 16일 지병 치료 차 청주교도소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는데 본인과 가족이 원하면 곧 형 집행 정지 등의 법적 절차를 밟아 빠르면 l주일 이내에 도미치료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73년 8월 동경에서 납치되어온 이래 본인과 가족들이 신명치료 등을 위한 출국요청을 줄곧 해왔고 지금도 하고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한 도미는 곧 이뤄질 것 같다.
정부가 이번에 그의 석방, 도미허용 조치를 취하고 김대중사건 관련자·광주사태 관련자 등을 포함, 구시대와 혼란기의 범법행위자들이 새 시대에 동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과거의 잔영으로 인한 새 시대의 그늘을 단절하자는 의지에 바탕을 두고있다.
다시 말해 국민 화합과 민족적 단합 이룩에 저해되는 구시대의 찌꺼기를 말끔히 「청산해 새 시대정신과 새로운 기풍을 진작, 안정과 발전의 기반을 다지자는 뜻이다.
이러한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정국이 안정되고 정치가 성숙해가고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내외에서 김에 대한 관대한 조치를 희망해 온 것은 사실이나 이번 조치는 전두환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려 우리정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 71년 선거 때 교통사고로 관절염을 앓아왔고 그 이후 계속 하지부종증·이오증·어깨관절 등의 지병을 갖고 있었다. 지난 2년 반의 구금생활 중에도 약물투여 및 물리치료를 해왔으므로 특병이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며 다만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를 위한 병원 이송 및 도미치료 등의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에 대한 은사조치와 함께 김대중사건 관련자는 가까운 시일 안에 전원 석방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사태관련 구속자들도 혼란기의 범법자들에 대한 새 시대 동참기회부여란 차원에서 대부분 석방될 것으로 보이나 다만 살인·방화 등의 흉악한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까지 이런 은전이 내릴지는 의문이다. 김대중 사건관련자는 원래 24명이었고 광주사태관련자는 82명이었으나 대개 석방돼 현재는 각각 8명, 12명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용조치는 어디까지나 구시대 및 혼란기와의 단절을 위한 조치란 점에 유의해야한다.
다시 말해 새 시대의 정치안정에 영향을 미칠 조치나 최근에 일어난 사건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정치·사회의 안정과 국가의 안보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는 것이 확고한 정부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