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있다 열심히 하라"던 격려에 용기얻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집안은 의사집안이었다. 때문에 부친께서는 내가 훌륭한 여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의학을 택할 것인가, 음악을 공부할 것인가』 이같은 갈림길에 섰을때 나에게 음악에로의 길을 터준 선생님은 경남여중 재학시절 음악담당이었던 오현명선생님(현한양대음대교수· 국립오페라단장) 이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당시 나는 막연히 음악이 좋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방과후면 음악실에 남아 피아노연습을 하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선생님꼐서 음악실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복도를 지나는데 피아노 솜씨가 훌륭해 들렀다』면서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열심히 해보라』며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 한마디 격려가 나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줬음은 물론이다.
6·25동란 때의 당시 부산은 어수선했으나 오선생님은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했다. 특히 수업시간중 들려주었던「베토벤」 「모차르트」를 위대한 음악가의 일생은 흥미진진했다.
그중 피아노의 거장 「리스트」의 생애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중3 졸업음악회때 일이었다. 당시 음악회프로그램에는 아무리 두눈을 비벼봐도 내이름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것이 나를 무척 서운케했다. 그런데 음악회가 한참 진행도중 선생님께서는 느닷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무대로 올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학생들 앞에서 『숨은 인재를 소개한다』며 즉흥연주를 권하는것이 아닌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쳤다. 연주를 제법 잘했던지 학생들의 열광적인 박수소리와 선생님께서 만족해하시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