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철저한 수사가 또 다른 의혹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15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들처럼 비리 혐의는 아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다. 하지만 그는 각종 의혹이 제기된 과정에 연결돼 있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정윤회씨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시켜 자신을 미행했다는 얘기를 주변에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사저널이 미행설을 보도했다. 이는 곧 박지만-정윤회의 암투설로 번졌으며 청와대의 ‘10인모임 문건’과 더불어 비선실세 의혹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정윤회씨는 미행설이 날조라며 시사저널을 고소했다. 정씨는 박 회장이 갖고 있다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자술서 공개와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자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미행당한 것은 사실이며 입증자료도 있으나 자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신문사 기자로부터 자신과 관련된 청와대 동향보고서 100여 건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서도 박 회장 측은 정윤회 문건과 무관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알고 있는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알고 있는 사실뿐 아니라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검찰도 관련자들의 주장이 다른 만큼 누구 말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박 회장과 정씨의 대질신문도 필요하다. 철저한 수사만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스캔들이 번식할 ‘싹’을 자를 수 있다.

 ‘10인모임’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여전히 의혹을 갖고 있다. 박지만, 정윤회, 이재만, 조응천 등 등장 인물이 모두 대통령의 측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편을 나눠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만 펴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어떻든 간에 국민 눈에는 권력실세들의 암투로 비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서로 다른 주장을 얼버무려 적당히 수사를 끝내선 안 된다. 경험칙상 소극적 수사는 또 다른 의혹을 불러오고, 결국 국회 조사나 특검으로 이어져 국력 낭비를 초래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