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조양호…“오너한테도 ‘노’ 할 수 있는 조직문화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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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큰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직문화 바꾸기에 나섰다. 그룹 오너 경영인이 직접 나서서 ‘제2의 조현아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를 당부한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 신무철 홍보실장, 이화석 동남아지역본부장(전 홍보실장) 등 주요 경영진과 회동을 가졌다.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조 회장은 대내외 소통문화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은 물론 오너에게까지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기 관리에 대해서는 “뒤늦게 위기가 발생하면 이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전국민의 공분을 사게 된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오너 일가의 눈치만 보느라 ‘고언(苦言)’을 하지 못한 점을 조 회장이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신무철 실장은 “이번 기회에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조 회장의 의지가 단호했다”면서 “회장은 오너 일가의 잘못이 회사 전체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또 “반드시 흑자기조를 달성해야 한다는 회장의 방향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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