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살림 2007년엔 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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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07년을 목표로 분야별 세부 경제계획과 과제를 속속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북한당국이 언급한 5개년 경제개발 종합계획이 이미 수립돼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올해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추진할 경제계획안을 완성한 것 같다"며 "새로운 경제계획은 지난해 7월 단행된 사회주의경제관리 개선조치에 기초해 '실리'와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5일 북한 국가계획위원회의 최홍규 계획화방법론 국장은 평양에서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경제계획 초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 계획은 계획화 방법은 물론, 실제 생산성과 현실적인 성장 전망 등 '실질'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발표된 계획안과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의 장기 경제계획은 1980년대 중반 발표된 3차 7개년 경제개발계획(87~93년)이 실패한 후 10년 만에 입안되는 것이다.

올 들어 북한당국이 단편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 장기계획에는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과 기술 개선 등 '연료.동력문제 해결을 위한 3개년 계획'(2003~2005년)의 사업 완료▶식량 생산량 8백만t 목표로 농업구조 개선▶'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 동시 추진▶국내.국제 이동통신망 개통 완료 등의 과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구조 개선과 식량 8백만t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당국은 컴퓨터로 토지의 생산능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영농일정을 세우는 등 '정보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23일 평양발 기사에서 "황해남도 안악.재령 등 4개 군에서 정보농업을 도입해 성과가 확인되면 다른 지방으로 확대한다"며 "2007년에는 전국적 범위에서 정보농업을 실시하면 알곡생산을 8백만t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3백50만t, 필요량이 5백만t 정도(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안에 두배 이상의 증산을 이룬다는 것은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북한이 경제계획을 수립하면서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과 식량증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것들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군인들의 노력동원 등 '있는 자원'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경제관리 개선, 신의주 특구, 개성공업지구 공포 등 일련의 경제개선 조치를 단행하면서 경제 정상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동원 가능한 '내부 예비 자원'은 사실상 바닥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홍익표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2007년을 '경제정상화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식량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안을 내놓고 있다"며 "분야별 세부계획 외에 장기 종합개발이 조만간 발표될지는 핵문제 등 변수가 많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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