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청소년 성매매의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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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정된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반이넘었다. 지난달 9일에는 제4차 신상공개도 이루어졌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계도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그동안의 성과와 함께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더욱 명확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참전 후유증 만큼이나 혹독

한편 헌법재판소는 신상공개 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시점에서 시민단체 소속의 자원봉사자로서 신상공개 제도의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도 과연 아직도 신상공개 제도가 필요한지 스스로 질문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대답은 불행하게도 긍정적이다. 먼저 신상공개 제도는 추상적인 법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의 치열한 문제 인식과 해결책에 대한 모색에서 탄생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장의 심각성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누그러지지 않았다. 지금도 돈만 있으면 청소년의 성을 언제든지 쉽게 살 수 있고, 일단 여기에 말려든 청소년은 너무 쉽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대해 전통적인 법적 대응은 많은 경우 벌금 또는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적절한 대가를 주었으니까 또는 청소년이 먼저 유혹했으니까 별로 큰 잘못이 아니라는 어른들의 잘못된 자기 합리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에 비견할 정도로 청소년에게 있어 성매매는 매우 깊고 오랜 상처를 남긴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신상공개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웅변해준다. 더욱이 청소년 성매매를 매개한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야말로 결코 섣불리 폐지돼서는 안된다. 청소년 성매매 현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행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신상공개를 일종의 형벌로 보고 이를 법원이 아닌 행정부에서 부과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범죄자의 권익을 지나치게 해친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나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확정된 범죄자에 대해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신중한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그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형벌이라고까지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행정부에 의한 적극적인 언론 기능의 수행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지난 3월 5일 미국 연방최고법원은 알래스카주의 신상등록 및 공개 제도(인터넷을 통한 공개)가 형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각 주마다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의 등록 및 공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몇 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기관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행정처분으로써 신상공개가 이루어지는 경우 당사자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행정소송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으므로 범죄자의 권익이 완전히 무시되는 것도 아니다.

*** 신상공개 유지돼야 할 이유

그러나 정말 귀 기울여야할 비판이 있다. 신상공개를 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청소년 성매매 범죄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신상공개는 성범죄자가 저지를지도 모르는 재범의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자녀를 지키기에 너무 제한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있으나마나 라는 시민들의 볼멘 소리가 그것이다.

신상공개 제도를 단순히 우리의 추악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차원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는 갈수록 지능적이고 치밀해져가는 현장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피해 청소년과 범죄자의 재활을 도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범의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변웅재 (변호사·서울YMCA 청소년성문화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