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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다 빛난 당찬 소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이터=뉴스1]

애틋한 부성애는 ‘인터스텔라’(11월 6일 개봉,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가 국내에서 큰 흥행 성공을 거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기약도 없이 우주로 모험을 떠난 우주 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와 지구에 남겨둔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매켄지 포이)의 안타까운 이별과 극적인 해후는 수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우주로 떠나는 아빠를 앞에 두고, 눈물을 쏟으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어린 머피의 모습은 쿠퍼가 반드시 돌아와야 할 이유로 각인됐다. 소녀 머피는 영화 초반 아빠에게 왜 자신의 이름이 ‘머피의 법칙’의 머피냐고 따져 묻는다. 아버지 쿠퍼는 ‘머피의 법칙’을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해준다. 그 설명처럼, 머피는 장차 인류를 구원할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

아역 배우 매켄지 포이(14)의 똑 부러진 연기는 머피와 쿠퍼의 유대 관계를 더욱 각별하게 느끼도록 했다. 어린 머피를 맡은 그의 연기가 워낙 당차서 어른 머피 역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보다 더 인상적이었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인터스텔라

매켄지 포이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제시카 차스테인과 함께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한다. 머피의 손 버릇과 얼굴 표정 등 디테일한 표현의 통일성을 위해서다. 이런 그를 두고 브랜드 교수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은 “스타가 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훌륭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LA에서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로 태어난 매켄지 포이는 네 살 때부터 폴로 랄프로렌·게스·갭 같은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 이후 TV 드라마 ‘틸 데스’(2009~2011, FOX) ‘플래쉬 포워드’(2009~2010, ABC) 등에서 모델 출신의 예쁜 아역 배우들이 맡을 법한 단역을 연기하곤 했다. 곧 그에게 배우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열어준 작품이 찾아왔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2009~2012)의 마지막 편인 ‘브레이킹 던 part2’(2012, 빌 콘돈 감독)다.

브레이킹 던 part2

스크린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매켄지 포이는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딸 르네즈미 역을 맡아, 아역답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피를 절반씩 이어 받아 신비한 능력을 지니게 된 캐릭터를 야무지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를 통해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후 ‘컨저링’(2013, 제임스 완 감독) ‘위시 유 웰’(2013, 다넬 마틴 감독) ‘블랙 아이드 독’(2014, 에리카 던튼 감독) 등의 영화에 잇따라 캐스팅됐다. 특히 국내에서도 꽤 흥행한 ‘컨저링’에서는 이사 간 집에서 무서운 일을 겪게 된 페론 가족의 딸 중 한 명인 신디를 연기하며 소름 돋는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컨저링

매켄지 포이는 연기를 위해 발레·재즈·탭댄스·태권도 등을 배웠다. 특히 태권도는 검은 띠를 맬 정도의 수준급 실력이다. 얼마 전 미국의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펄론’(NBC)에 출연해 “지난 9월 태권도 유단자가 됐다”고 밝힌 뒤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꿈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브레이킹 던 part2’를 찍을 때 빌 콘돈 감독을 지켜보면서 그런 꿈을 갖게 됐고, ‘인터스텔라’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을 만나며 그 꿈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글= 정현목 매거진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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